청주시 장준엽씨, 9년간 투병생활 끝에 사망
충북대병원서 심장·폐장·간장 등 장기 기증

지난달 27일 충북대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간 분할), 췌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고(故) 장준엽씨.
지난달 27일 충북대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간 분할), 췌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고(故) 장준엽씨.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어린시절부터 뇌전증을 앓던 20대 청년이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 삶을 선물한 뒤 하늘의 별이 됐다.

충북 청주시 평범한 청년 고(故) 장준엽(21)씨 이야기다.

2001년 12월 청주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장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뇌전증을 앓았지만 밝고 착한 심성을 가진 학생이었다.

태권도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오랜기간 태권도와 복싱도 배워 건강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지난 2001년 갑자기 쓰러진 뒤 뇌전증이라는 병을 얻었다.

그때부터 증상이 나타날 때면 길바닥에 넘어지기 일쑤였고 집을 찾아가지 못할 정도로 잠시 기억을 잃기도 했다. 부모의 보살핌으로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마쳤지만 병세는 계속 악화됐다. 최근에는 아무 이유 없이 쓰러지는 경우도 잦았다.

그러면서도 서울 대형병원에서 수술만 받으면 상태가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장씨는 오는 7월 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수술이 예정돼 있어 최근 수술 전 검사도 받았다. 수술 후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희망에 내년 대학입학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수술 날을 두달여 앞둔 지난달 22일 밤 장씨는 방에서 쉬고 있다 쓰러졌다. 머리를 바닥에 크게 부딪혔고 급히 충북대병원으로 옮겨진 뒤 깨어나지 못했다.

뇌사 판정을 받은 장씨는 닷새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찾지 못했다. 결국 장씨의 가족은 장기이식을 선택했다.

그렇게 장씨는 지난달 27일 충북대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간 분할), 췌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장씨의 아버지 장영수씨는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는 숭고한 의미의 기증보다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아들이 빨리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단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코디네이터는 “장준엽씨 가족은 장씨가 아프기 시작한 시점부터 매일 어디가 아픈지 일기를 쓰고, 잦은 수술과 병간호 속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매일 등교를 도왔다”면서 “사랑하는 아들이 짧게 살아온 만큼 다른 이에게 가서 잘 지내길 바란다며 기증을 결심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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