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김송순 장편동화 ‘백호사냥’ 출간
日 강점기 정암촌 배경…독립의 열망 등 그려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동화작가 김송순씨가 장편동화 ‘백호사냥’(샘터/ 1만 4천원·사진)을 출간했다. ‘백호사냥’은 일제강점기 시절 나라를 빼앗긴 서글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독립에 대한 열망으로 점철된 굴곡진 삶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대 배경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계략에 의해 만주로 간 충청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정암촌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백호’를 수호하며 영물로 여기고 있다. 그런 백호를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사냥할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날 마을에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1937년 중일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만주 지역을 군사 작전 기지로 삼으려고 당시 한국인들의 이주를 부추겼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무를 하러 산에 오른 주인공 열두 살 소년 성호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어린 시절 고향 동네에서 어울리던 형이다. 형은 어느덧 청년이 되어 독립군으로 활동하다 일본군에 쫓겨 오게 된 찬규다. 그를 비밀리에 독립운동지로 돌려보내야 하는 성호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일본군들이 원하던 백호를 사냥하기로 한다.

“그래두 백호를 잡으믄 안 뎌!”,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두  다 백호 덕분이여.”, “나라님도 우릴 지켜 주질 못했는데 백호가 우릴 지켜 줄 거라 믿는 거요?”

백호를 마을의 영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의 순진함에 화가 나면서도 일본군의 백호 사냥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강포수 아저씨가 있다. 이런 어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린 성호와 미선이, 그리고 범국이는 백호를 둘러싼 일들이 마냥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다. 세 아이들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아픈 어머니 걱정에 잠못이루면서 추운 날에도 매일같이 산에 나무를 하러 오르지만 사냥을 잘하고 싶은 꿈에 부풀어 있는 성호. 새침하지만 어떤 때는 아버지 강포수 아저씨를 닮아 대담한 미선이. 언제나 방패연과 얼레를 손에 든 채 동네를 쏘다니는 범국이. 이들은 매일 모여 다니며 정암촌을 배경 삼아 활약한다. 정암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각종 사건 사고 속에서 세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좌절하고 분노하며 나아가 더 큰 세상을 꿈꾼다.

계속되는 일제의 탄압과 수탈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던 정암촌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향에서와 같이 벼농사를 짓기로 한다. 돈을 모아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갈 마음으로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도랑을 파기 시작한다. 보고 싶은 부모님, 그리운 고향 풍경과 인심 등을 생각하며 힘을 내기 위해 부르는 고향 노래가 만주 벌판에 울려 퍼진다.

한편 마을의 대소사에서 주축이 되어 앞장서는 청년 현태와 용호가 있다. 어느 날 독립군 찬규가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 마을로 숨어들면서 고향 청년들이 먼 타국에서 한자리에 모인다.

고향을 잊지 않고 고향 말과 노래, 이야기, 풍습을 지켜나가며 애써 그리움을 달래던 어른들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청년들, 그리고 요동치는 역사와 함께 발맞춰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른들은 옛 시절에 대한 향수, 아이들은 민족의 아픔을 짚어볼 수 있으며, 그 과정 내내 역사적 격랑 속에서도 결코 좌초되지 않았던 민족의 굴기를 보여준다.

김송순 작가는 “‘백호’는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만선척식주식회사의 주도로 충청도 농가 180여  호가 만주로 이주 했던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며 “일본의 계략으로 중국 연변 정암촌에 이주해 살게 된 조선 사람들은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망 하나로 살아간다. 일제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 고향의 풍습과 문화를 지키는 어른들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청년들, 그리고 역사에 발맞춰 성장하는 아이들의 삶을 한 자리에 담아내고 싶었다. 숱한 시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우리 민족의 강인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송순 작가는 아동문예문학상과 새벗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대표 작품집으로 ‘할머니의 씨앗 주머니’, ‘반반 고로케’, ‘아빠의 깡통 집’ ‘달못에는 항아님이 살고 있대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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