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낭비(浪費)의 사전적 의미는 ‘헛되이 헤프게 쓰는 것’이다. 낭(浪)은 ‘물결이나 파도가 일 듯이 자주 또는 마구’의 뜻이고, 비(費)는 ‘돈이 없어지도록 쓰다’라는 뜻이다. 의미가 있다.

주로 돈을 마구 사용하는 행위를 비판하는 말로 사용한다. 시간을 헛되이 보냈을 때는 시간 낭비라고 말한다. 돈 낭비, 시간 낭비, 물 낭비, 에너지 낭비 등으로 사용된다.

주로 어떤 것을 너무 많이 쓰는 경우 낭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무조건 많이 사용한다고 모두 낭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좋은 목적으로 바르게 돈을 쓰는 경우는 아무리 많아도 낭비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지만, 명상을 하는 경우도 시간 낭비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낭비는 사용하는 양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애매한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말하는 기술이 뛰어나다. 이 화술로 여러 사람을 설득시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손쉽게 얻는다. 주로 영업직에 적합한 사람들이다. 이 경우의 뛰어난 말재주는 낭비에 해당할까? 아니면 당사자에게 말재주는 많은 재화를 얻게 해 주니 낭비라고 할 수 없는 것인가?

재능 낭비라는 말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적인 업적을 쌓거나 사회 공헌을 하기보다는 기행이나 유희에 사용하는 경우를 두고 표현한다. 빠른 손놀림과 눈썰미를 이용해서 도박에 빠지거나, 힘세고 빠른 주먹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기술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낭비다. 이 재능과 기술은 선천적인 것뿐만 아니라 후천적인 것도 해당된다.  연구를 통해 얻은 학식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이 또한 낭비다. 남에게 공유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는 정보는, 오히려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낭비가 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소위 지식층(엘리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낭비는 매우 심각하다. 특히 정치인, 지방정부의 장(도지사, 시장, 군수 등), 판사, 검사 등의 권력층은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말하지만 그들의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더 많다. 고급 재능의 낭비인 셈이다. 필자 또한 박사라는 고학력의 소유자이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사회의 공적 영역보다는 개인의 안위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필자 또한 낭비의 삶을 살고 있다.

종교계도 마찬가지다. 사회 정의나 종교적 신념보다 헌금을 내는 신도들의 숫자를 불리기에 도움이 되는 대통령과 도지사를 선택하는 종교 지도자들은 신뢰와 믿음의 낭비를 하고 있다. 교회에서는 하나님을 외치면서,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는 권력과 우상을 서슴없이 선택한다.

적어도 종교 지도자들은 이런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지나친 바램인 것일까?

검찰의 수사권 분리를 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그동안 그들이 가진 권리와 재능을 국민과 사회 정의를 위해 사용했다면, 이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검찰 권력의 낭비, 이것은 이제 막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에 더는 늦출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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