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송중학교 교감

몇 년 전부터 노래 경연 대회가 유행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러면서 경연 중간에 인생곡을 부르는 순서가 들어간다. 인생곡은 자신의 삶과 특별한 인연이 있거나 개인의 역사가 담긴 노래이다. 그럼 내 인생곡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인생곡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내 삶에 음악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문득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위로받았던 노래가 머릿속을 스친다. 내 인생곡이구나 싶다. 2016년 발표되어 큰 사랑을 받은 ‘시간에 기대어’라는 곡이다. 꿈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듣는 순간 색다른 세계와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많은 아티스트가 다채롭게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 중후한 음색을 지닌 원곡자 고성현이 부를 때 가슴속 울림이 가장 크다.

특히 가사가 담고 있는 인생철학이 놀랍다. ‘계절이 수놓은 시간이란 덤 위에, 너와 난 나약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시간을 이길 자, 누가 있겠는가. 시간 앞에 인간은 무력한 존재일 뿐이다. 또한 ‘연습이 없는 세월의 무게만큼, 너와 난 외로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연습 없는 인생이기에 때때로 후회와 설움이 복받친다. 하지만 후회라는 계단을 밟고 한층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이어서 사랑하는 이와 소원해져 버린 관계까지 사랑한다고,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 하는 시간에 기댄 우리’라고 노래한다.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나약하고 외로운 존재라며 위로한다. 인간의 유약한 속성과 시간에 따른 변함조차 사랑한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꽂힌다.

살다 보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비애와 맞닥뜨린다. 그럴 때면 이 노래는 나를 대신해 울었고, 든든하게 비빌 언덕이 되었다. 예전에 지인이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하던 말이 있다. “시간이 해결하겠죠.” 그때의 나는 화가 나고, 조바심이 생겼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다고,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아,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조금 알 듯하다.

아무리 돈독한 사이일지라도 어느 순간 소원해질 수 있다. 누군가와의 사소한 오해와 편견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서로의 마음속에 앙금이 남기도 한다. 그런데 감정이 분노의 불꽃을 피우면 나도 상대방도 다친다. 모두의 마음이 검게 타 버린다. 또한 이를 해결하려고 억지로 맞추다 보면 오히려 관계가 더 꼬일 수 있다.

하지만 단단하게 꼬였던 매듭이 시간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경우도 많다. 당장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조금 느긋하게 기다리면 어떨까. 실패는 막다른 길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이다. 시선이 현재에 머물면 고비를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여유를 갖고 멀리 내다보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마음속 응어리도 어느새 녹아내린다.

행복한 날이 있다면, 슬픈 날도 있다. 활기찬 날이 있다면, 지치고 우울한 날도 있다. 아프고 상처받는 날들이 이어질 때 시간에 기대어 보면 어떨까. 분명 치유의 길이 열릴 것이다. ‘시간에 기대어’ 있으면 불안하고 고단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희망찬 ‘기대의 시간’으로 가득 채워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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