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세상에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들을 몇가지 꼽는다면 아마도 전쟁은 맨 앞에 속할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어떤 이유에서건 인류는 전쟁을 하고 개인은 그 전쟁에 맞서 싸워야만 했다.

하인츠 야니쉬와 알료사 블라우의 그림책 『전쟁의 이유』는 부질없는 전쟁을 다루고 있다.

표지에는 과장되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두 사람이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의 옷을 입고 대치해 있다. 면지부터 시작된 글 없는 그림이 여러 장에 걸쳐 나타난다. 작은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화로운 일상 속 들고 있던 파란색 아이스크림이 지나가던 빨간색 강아지의 등에 녹아 떨어진 게 전쟁시작의 원인이다. 정작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던 사람과 강아지 주인은 그 자리를 떠났지만, 사람들은 빨간색 깃발과 파란색 깃발을 만들어 모여들고 편을 갈라 급기야는 앞으로 뒤로, 아래로 위로, 오른쪽 왼쪽으로를 외치는 사령관 고함소리에 맞춰 전쟁을 시작한다. 아주 작은 파란색 아이스크림과 빨간색 강아지로부터 시작된 다툼이 편이 갈라지면서 각자의 색깔의 깃발을 앞세운 사람들은 점점 강렬하고 강력한 갑옷과 투구 군화를 만들어 전쟁을 한다.

파랗고 뾰족한 철모자가 오가고 빨간색 단추가 날아가고 파란 옷들이 허공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엉키며 소용돌이가 계속되고 마침내 군화까지 벗어 던지자 하늘이 어두워진다. 하다하다 마지막으로 양말까지 벗어 던지자 모두 맨발에 속옷만 입은 사람들이 된다.

결국에는 누가 빨간색 옷인지 누가 파란색 옷인지 누가 친구고 누가 적인지도 모르게 된다. 누구에게 군화와 양말을 던졌는지 조차도 모르게 된다. 사령관들은 여전히 전진하라 외치지만 팬티 바람의 군인들은 배가 고프다고 외치며 소세지 향이 나는 곳을 향해 둘씩 셋씩 친구든 적이든 배고픈 이웃이 되어 그냥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구운 소세지를 향해 걸어간다.

파란색 꽃과 빨간색 꽃이 함께 꽂혀있는 꽃병이 놓여 있는 아름다운 식탁과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최근에 가족과 떨어져 혼자서 피난길에 오른 한 소년의 모습이 매체에 보도되자 사람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허망하게도 그림책에서 제시한 평화는 영 소식이 없고 그들에겐 어떠한 위로의 말도 소용이 없게 되었다. 통치자마다 국가마다 모두 명분이 있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전쟁의 결과는 인류를 아니 선량한 시민을 참혹하게 한다. 이해되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이유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빼앗아 간다.

이 그림책에서 제시한 전쟁의 이유는 매우 사소하다. 그런 유치찬란한 이유들로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겨 오랜동안 지배당하기도 하고 아직도 종전이 아닌 휴전의 상태에서 강대국 간의 교두보가 되어 있는 우리나라 역시 전쟁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핵 같은 무기의 무한 발전이 마냥 무섭기만 한 분단국 국민으로 살아내야 하는 지난한 몸부림이 있을 뿐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위정자들의 탐욕의 뱃살은 줄지않고 부푸는 듯 싶은데 평화라는 인류의 어렵고 오래된 숙제는 언제 해답을 찾을지 이어지는 비보들에 마음은 숨죽여 운다. 전쟁은 바보들이나 할 짓이다, 이겨도 손해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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