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내과 원장

외래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몇 년 전부터 당뇨라고 얘기를 듣고 치료 권유를 받았음에도 계속 치료를 미루면서 버티다가 증상이 악화되어 오시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이유가 주변에서 당뇨약을 되도록 먹지 말고 버티라는 잘못된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 중 많은 경우가 당뇨약을 오래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원에서는 처음 당뇨를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왜 당뇨약이 필요한지 반드시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환자들에게 당뇨약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본인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엔진이 고장나 덜덜거리며 간신히 굴러가고 있는 중고차에 비유한다. 당뇨약의 역할을 여기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여기저기 문제가 생겨 금방 멈출 것 같은 차를 엔진오일을 갈아 주고 나사 풀린 것 조여주고 고장 난 거 수리해주면서 이 차가 최상의 상태로 남은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몇몇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당뇨약을 먹지 않고 본인이 조절하려고 한 사람과 당뇨약을 먹으면서 열심히 조절한 사람의 췌장 인슐린 분비 기능의 보존기간이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5년 이상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으로 볼 때 당뇨병의 초기부터 당뇨약을 먹는 것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훨씬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2형 당뇨병과 연관된 병태 생리학적 과정에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작용하는 경구 혈당 강하제들이 개발되어 당뇨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약물들은 기존 약물들이 인슐린 분비를 단순히 증가(SU 계통)시키거나 간의 포도당 생성 억제(metformin),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기전(Thiazolidinediones)을 가지는 약물들과 달리 식사 시에만 인크레틴을 자극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GLP-1 수용체 작용제 또는 DPP4 억제제와 포도당의 소변 배출을 증가시키는 기전(SGLT2 억제제)을 가진 새로운 약물 들이다.

경구용 혈당 강하제가 각각 고유의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몇가지 일반 법칙이 존재하는데 단순 인슐린 분비촉진제(SU계통)와 biguanide(metfor min)계열, GLP-1 수용체 작용제, 그리고 Thiazolidinedi ones 계열은 서로 비슷한 정도의 혈당 조절 능력(당화혈색소 1~2% 정도 감소)을 가지며 α-glucosidase 억제제,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에 비해 좀 더 혈당조절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상적으로 위의 약제 중에 어느 한가지가 월등히 우월하지는 않으며 어떤 약제든 혈당을 낮추는 약물치료는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

모든 당뇨 약물이 개개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 효과적인 것은 아니므로 환자 특성에 따라 개별화하여 약물을 적용해야 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한 종류 이상의 경구용 혈당 강하제 또는 인슐린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는 제2형 당뇨병이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요법과 약물치료를 열심히 하면 이러한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당뇨 환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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