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면 의심을 받기 때문에 백성의 신망을 받는 청백리는 녹을 먹는 동안 짓던 농사도 같은 농산물을 길러서 팔아먹는 백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하여 뽑아버렸다고 한다.

정부는 공직자가 오얏나무 아래서 자두를 따 먹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기 위해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하여 5월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익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의 직무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미 공직자윤리법에 ‘이해충돌 직무에 대한 관여 금지’,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등의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공직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로펌에 취업하여 국민들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보수를 받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는 상황에서 법의 실효성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나오는 단골 뉴스거리가 공적 권력을 사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는가라는 의혹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만 고쳐 맺지 자두를 따 먹지는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자두를 따 먹었다고 판결하여 패가망신하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같이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맺지만, 자두를 따 먹지 않았다고 한다.

정호영 후보자 자녀들의 아빠 찬스 논란이 정성택 전남대 총장 딸의 의대 편입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공직을 퇴직한 후 로펌이나 기업 사외이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들어가 자두를 따 먹은 것은 퇴직 후의 행위로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비록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 보수를 받은 것이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지는 몰라도 절차적으로 위법한 행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법과 사실을 강조하는 대통령 당선자와 새롭게 여당이 된 국민의 힘이 방패가 되고, 마지막에는 더불어민주당이 하였듯이 임명권자가 임명하면 장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세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후보자도 있을지 모른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이야기는 법적 규범이 아닌 도덕적 규범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인에게 도덕적 규범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주춧돌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처 장관이 실력이 있어서 좋은 정책을 입안하고 관리하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은 정책을 따르지 않고, 정책의 성과를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국민은 자신의 권력을 활용해서 부자가 된 사람보다 열심히 일해서 가난을 벗어난 사람을 더 신뢰하고 존경한다. 그러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을 때 공무원과 국민은 더 행복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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