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685년, 제나라 환공(桓公)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관중(管仲)을 도리어 용서하고 신하로 삼았다. 이는 관중의 현명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환공은 관중의 조언으로 춘추시대 첫 번째 천하 최강자에 올랐다.

어느 날 환공이 관중에게 정치에 관해 물었다.

“내 부친은 제후에 오른 후에 사냥과 여자에 빠져 지냈다. 첩이 수백명이었다. 매일 연회에 쓰는 비용이 엄청났다. 하지만 병사들은 헐벗고 굶주렸고 심지어 전투용 수레조차 다 헤져 쓸 수가 없었다. 아부하고 웃음 짓는 자들을 인재라고 등용하였고 현명한 인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니 이웃 나라가 쳐들어와 나라가 피폐해졌다. 나는 부친을 닮고 싶지 않다. 내가 어찌해야 나라의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이에 관중이 대답했다.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널리 인재를 구해 등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을 명확하게 해서 공이 있는 자에게는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자에게는 벌을 주어야 합니다. 백성들은 넉넉해야 예절을 알고,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야만 명예와 치욕을 압니다. 백성들이 사유(四維) 즉 예의, 정의, 청렴, 부끄러움을 모르면 나라는 멸망하고 이를 알면 나라는 강해집니다. 백성이 군주를 따르려면 군주께서 먼저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백성들이 싫어하는 것을 없애야 합니다. 이처럼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이에 환공이 다시 물었다.

“만일 내가 밤낮으로 사냥과 여자에 빠져 지낸다면 어떠한가?”

이에 관중이 대답하였다.“그건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으니 괜찮습니다.”

환공이 다시 물었다.

“나는 술을 무척 좋아한다. 매일 취해 있어도 문제가 안 되겠는가?”

관중이 대답하였다.

“그건 분명히 나쁜 습관입니다. 그래도 큰 문제라고 할 수 없으니 괜찮습니다.”

이에 환공이 어이가 없어 따져 물었다.

“아니, 국정을 팽개치는 이런 일들이 다 괜찮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러자 관중이 대답하였다.

“군주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결단력과 신속함입니다. 결단력이 없고 행동이 느리면 그건 큰 문제입니다. 결단력이 없으면 백성이 원망하는 일이 많아지고 행동이 느리면 나랏일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우유부단(優柔不斷)이란 성격이 어물어물하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행동을 뜻한다. 인생은 순간순간이 결단을 요구한다.

결단이 없으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 그러니 무얼 하고자 결심했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결단이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결단을 내리지 않아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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