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희
청주가로수도서관 사서

 

[충청매일] ‘딸에 대하여’는 못내 외면하고 싶은 딸애의 사생활을 그린 책으로 가장인 엄마의 일인칭 시선으로 이뤄진 소설이다.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외면했던 딸의 사생활을 알게 된 건 독립했던 딸이 보증금 문제로 다시 집으로 들어와 살면서다. 그것도 동거하는 여자친구까지 데리고……. 가장 외면하고 싶은 사실이었던 딸의 애인. 그런데 셋이 같이 살게 되었다. 딸은 엄마의 삶 속에서 태어났고, 조건 없는 호의와 보살핌 속에서 자라났지만, 너무 커버린 딸은 엄마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저 혼자서 태어난 것 마냥 행동한다. 모든 걸 저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고 통보만 한다. 엄마는 말한다.

“어쩌면 딸애는 공부를 지나치게 많이 했는지도 모른다. 배우고 배우다가 배울 필요가 없는 것, 배우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배워 버린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계를 거부하는 법. 세계와 불화하는 법.”

“이 애들은 유식하고 세련된 깡패일지도 모른다. 학교에서는 주먹을 쓰는 대신 주먹보다 강한 걸 쓰는 방법을 가르쳐줬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불편하게 마주한 세명의 여자들. 아니 두명이다. 딸애는 동성애자 시간강사 부당해고 반대 시위를 하러 다니느라 집에서 마주치는 시간이 많은 건 딸의 애인 ‘레인’이다. “더 이상 딸과 나를 불행하게 하지말라”며 레인을 내쫓으려 하지만 레인도 자신의 생계와 삶이 있다.

그런데 혐오의 시선은 성소수자에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엄마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요양원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보는 또다른 혐오의 시선이 있다. 엄마가 돌보는 노인 ‘젠’은 과거엔 소외된 자들을 위해 헌신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돌볼 가족도 없는 무연고 치매노인일 뿐이다. 요양원은 ‘젠’이 의식이 있을 때는 홍보자료용으로 쓰고 기부금을 받았지만 ‘젠’이 치매가 심해지자 다른 시설로 보낸다. 무연고자 치매노인은 지금까지의 업적과 삶은 잊혀지고 세상에서 배제된 생물체일 뿐이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엄마는 직계가족이 안된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젠을 집으로 모셔와 돌본다. 소중한 젊은 날을 상관도 없는 남을 위해 낭비해 버린 젠과 남의 일에 투쟁을 불사하는 딸, 혈연이 아닌 남을 돌보는 엄마, 그리고 딸을 대신해 엄마를 케어하는 레인.

그렇게 서로 서로를 돌봄과 치유하며 살아가는 협동적 대안가족이 구성되었다.

‘딸에 대하여’는 엄마의 성장소설로 혹은 성소수자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소설의 정점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다. 직계 가족도 아니고 법적으로 이어진 관계도 아니지만 실체적으로 각각 보호자의 역할을 하는 그들은 그 자체로 가족이다. 가족주의인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안전망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족적인 가족이 있을까?

우리 사회엔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한다. 방송인 사유리처럼 비혼 여성의 선택적 출산으로 이뤄진 가정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생활 동반자, 동거인, 미혼 부모, 한부모 가족등 다양한 구성원이 있다. 이렇게 보면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인식과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시선은 별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계는 이해조차 필요 없는 세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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