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와 소도시의 의료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공중보건의(공보의)가 급격히 줄면서 농촌지역의 의료서비스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의사들이 대도시 근무를 선호하면서 농촌 등 의료 취약지역 주민들이 진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나마 공보의 배치로 기초 보건의료 체계가 버텨왔는데 이마저 힘들게 생겻다.

충북 영동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지역 응급의료기관과 당직의료기관 등에 공보의를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공보의 배출 인원이 해마다 줄어 공급 여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공보의는 의사·한의사·치과의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군 복무 대신 농어촌 보건소나 보건지소, 공공병원 등에서 계약직 신분으로 3년간 근무한다. 이들은 농촌지역 병원의 부족한 의사 인력을 보완해주는 역할도 했다. 특히 군 단위 지역의 응급·당직의료기관에 공보의를 배치함으로써 의료 인력 운영에 숨통을 틔우게 했다. 의료 취약지역의 의료공백 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보의 자원이 매년 급감하면서 농촌 의료서비스 제공에 적신호가 켜졌다.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 의사의 증가와, 군필자 입학 비중이 높은 의학전문대학원의 영향이 크다.

올해도 복무기간이 종료되는 공보의(의과)는 652명인데 새로 발령 날 공보의는 51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배치할 인원도 빠듯하다 보니 보건복지부는 이달부터 지방의료원(인구 50만명 이상), 응급의료기관, 당직의료기관 등에는 공보의(의과)를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 군 지역의 응급·당직의료기관은 영동병원, 옥천성모병원, 보은한양병원, 진천성모병원, 괴산성모병원, 금왕태성병원, 단양군노인전문병원 7곳으로 각각 공보의가 1명씩 근무하고 있다. 이들 병원의 공보의는 변경된 보건복지부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 지침’에 따라 이달 내로 모두 다른 곳으로 전출될 예정이다.

병원들은 당장 공백이 생기는 의사 충원과 응급실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나머지 의사들이 당번제로 근무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빠듯한 인력이어서 여건이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의사를 신규 채용해 해결하면 되지만 쉽지 않다. 농촌지역은 자녀 교육 환경이나 문화시설 등이 대도시보다 뒤져 의사들이 근무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의료환경이 열악한 농촌지역에 공보의마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기본 의료 복지체계가 무너진다. 한밤중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가까운 곳에 병원이 없어 먼거리 도시를 찾아 헤매며 마음을 조아려보지 않은 사람은 의료 사각지대에 사는 서러움을 모른다.

공보의 부족은 정부의 의료정책 실패와 다름없다. 공공보건의료 인력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장학금을 받은 기간 만큼 공공병원에 근무해야 하는 공중보건장학생을 모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미흡하다. 농촌지역에 의료공백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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