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기능하는 풍경’ 개인전 청주 스페이스몸 미술관 1전시장서 개최

김문주 作 ‘모서리’ 2022 판넬에 유채 92×167cm
김문주 作 ‘모서리’ 2022 판넬에 유채 92×167cm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충북 청주시 스페이스몸은 회화와 드로잉 작업을 하는 김문주 작가의 첫 개인전 ‘기능하는 풍경’전을 미술관 제1전시장(청주시 흥덕구 풍년로 162)에서 오는 15일까지 개최한다.

김 작가는 개인의 불안과 충동을 관념 및 주변 이미지와 연관해 작업하고 있다. ‘기능하는 풍경’ 展은 가치 있고 효용성 있게 구실 및 작용을 하지 못하지만, 그러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기능하다’의 의미로 불안·충동을 야기하는, 유보하는, 재인(再認)하는, 무력화시키는, 연기(延期)하는 주변의 이미지를 단편 영화처럼 옴니버스로 나누어 담아냈다.

첫 번째, ‘모서리’라는 제목의 작품은 고백과 반성적 측면에서 자신의 불안을 주제로 작업하는 오래된 관찰 대상들, 즉 순간 의미를 달리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오래된 주택 내부의 걸레받이, 천장 몰딩은 어린 시절부터 작가의 시야에 머무르던 대상이다.

밤낮으로 누워 올려다보게 되는 모서리 지점에 놓인 몰딩들은 특별한 감흥을 일으키지 않지만 시선을 고정시키면 매우 다른 대상이 된다. 한 부분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어느 순간 기하학적 추상이 되듯 완전히 다른 형태로 눈앞에 떠오른다. 정제된 붓질과 면면이 나뉜, 채도가 낮게 칠해진 작품 화면에는 주변의 오래된 대상을 꾸준히 바라본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가로로 긴 비율의 작품은 대상을 따라 흐르던 시선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두번째, 작품 ‘자르는 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말처럼 기쁨과 슬픔은, 행복과 불행은 사물이나 상황은 양면성을 갖고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반대되는 상황이 등을 붙이고 존재한다. 부지불식간에 의미가 전복된다. 그 지점을 깨닫게 되면 불현듯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며 현상이 의미를 달리한다.

김문주 作 ‘밤섬’ 2021 합판에 유채 30×60.6cm
김문주 作 ‘밤섬’ 2021 합판에 유채 30×60.6cm

 

‘자르는 손’ 연작은 화면마다 두 손이 포개어져 칼의 손잡이를 쥐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정상적인 피부색이 아닌 푸르스름한 회색빛깔이 차디차다. 행복한 날 케이크를 자르는 장면에서 출발한 작품들은 두 손이 포개어지던 따뜻한 순간을 칼을 쥐고 무언가를 자르게 돕는 차갑고 기묘한 순간으로 바꾸어버린다.

김 작가는 확신과 판단을 계속해서 유보하게 되는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불안을 놓치지 않고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세 번째, ‘밤섬’에서는 작가가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실험해 보았던 지점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드로잉은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대상을 화면에 구성하고 있는데 대체로 본 작과 비슷한 밀도들로 그려져 있으며 특히 화면의 구성을 위해 그어놓은 외곽선과 숫자에서 작가가 화면의 크기 및 비율을 고심했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두 가지 이상의 재료와 색을 혼합해서 그린 드로잉 작품들은 사용한 색과 조합을 잊지 않기 위해 주변에 틈틈이 색을 혼합 비교하고 기록한 흔적이 보인다.

김문주 작가는 “‘밤섬’은 오래전부터 구상해오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가상의 공간으로서 생각해 왔다”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지어내느라 밤섬은 처음의 의미를 여전히 가진 채, 혹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채 그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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