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호반도시 충북 단양은 지금…

   
 
  ▲ 바닥을 드러낸 단양주변 충주호가 정부의 ‘중부내륙 호반관광도시 육성’ 약속을 무색케 하고 있다.  
 

충주댐 건설 이후 수도권 보호위주의 수위조절로 인해 무늬만 ‘호반도시’로 전락한 단양 이주민들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단양 주민들의 이주는 지난 1970년대 후반 충주댐 건설 계획과 함께 결정됐다.

정부는 충주댐 건설 계획으로 ‘이주민 생계대책’과 ‘이주지역 육성목표’로 ‘중부내륙권 호반관광도시 육성’을 내세웠다.

지난 1985년 신단양으로 이주한 주민들은 그동안 구단양에서 농사를 전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주민들은 삶의 기반이 바뀌어 버린 상태에서 정부의 약속만을 믿고 경험이 전혀 없는 관광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주민들은 보상을 받은 뒤 보상가격으로는 턱도 없는 상가와 여관 등을 의욕적으로 신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워낙 가진 것이 없던 주민들은 은행 빚으로 건축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무리한 건축, 건축업자들의 도산, 임대되지 않는 상가 등으로 이주민들은 건물을 완공하지 못한 채 하나 둘 가슴에 상처만 안고 고향을 등졌다.

그나마 우여곡절 끝에 건물을 준공한 주민들은 장사경험 부족과 관광객 감소로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건물들이 경매에 넘어가는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

이주 당시 정부에서 약속한 ‘호반도시’라는 장밋빛 청사진은 단양지역에 물이 가득하고 그림처럼 배가 떠다니는 기대를 안겨줬다.

정부는 중부내륙권 호반관광도시 육성의 일환으로 지난 1985년 충주호 권 관광개발사업 관광유람선 사업자로 (주)충주호유람선을 선정했다.

그러나 신단양에 정착한지 3년이 지나면서 수자원공사는 수도권 상수원 확보라는 명분으로 충주∼단양을 오가는 (주)충주호유람선 운항을 아랑곳하지 않고 저수량을 줄여나갔다.

결국 충주호 단양주변은 4월부터 10월까지 강바닥이 들여다보이는 흉한 모습을 가진 무늬만 ‘호반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나마 일년에 몇 차례 오가던 유람선도 지난 1990년 말부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994년도 유·도선 사업법이 충북도에서 충주시로 이관되면서 단양군은도선 사업에 관한 권한과 위임에 대해 어떠한 행정조치도 할 수 없게 됐다.

(주)충주호에 단양까지 유람선을 보내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과 수십 차례의 방문에도 충주호 측은 적자운영과 수위가 낮다는 핑계로 운항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 때부터 단양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단양주민들은 (주)충주호 측의 유람선 운항중단이 수자원공사의 노골적인 저수위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충주댐은 수도권 상수원 확보라는 명분을 가진 국책사업으로 단양주민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물을 빼고 있다”며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 속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단양군민들의 생존권사수 투쟁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이건표 단양군수는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전국지방자치단체장 하계세미나에서 강동석 건교부장관과 고석주 수자원공사 사장을 만나 단양소규모 댐 사업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추진을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과 고 사장은 “적극 검토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권기수 단양 부군수 등 단양군 직원들은 지난해 9월 수자원공사를 방문, 고 사장과 본부장을 잇따라 만나 단양소규모 댐 설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들로부터 “반드시 설치 될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이건표 단양군수도 청와대와 건교부장관 등에게 소규모 댐 설치를 잇따라 건의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역국회의원인 서재관 의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수자원공사 사장을 만나  “단양소규모 댐 사업이 빠른 시일 내에 설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는 최근 자체예산 1억원을 확보해 기본계획서를 수립, 건교부에 제출하고 ‘충주호 단양주변 적정수위를 위한 용역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실시하는   이번 용역 사업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양 주민들은 지난 5월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충주호 단양지역 적정수위를 위한 단양 댐 건설추진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추진위(위원장 김재호)는 1만명 서명운동과 함께 지난 9월13일 단양읍 상진리 옛 군부대 자리에 단양 전 군민이 한자리에 모여 4만 군민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장에는 특히 3만4천여 명의 단양주민 이름이 담긴 대형현수막이 등장해 결의대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호반관광도시’ 건설이라는 핑크 빛 꿈을 안고 신단양으로 이주한 주민들은 극심한 경기 침체와 지속적인 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양주민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수몰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생활한 것도 모자라 수도권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명분에 묶여 각종 개발 행위를 제한 받으며 정부와 수자원공사 움직임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조만간 용역 조사중인 ‘충주호 단양지역 적정수위 유지를 위한 타당성 용역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용역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4만 단양군민에게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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