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비싼 등록금을 내는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대학을 자퇴하였다. 자퇴한 뒤에 대학에서 흥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서체 강좌를 도강하였다. 이 우연한 도강은 10년 후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에 응용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10여 년 전에 개봉되어 전 세계를 감동하게 했던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의 빈민가에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자라난 18세 소년 자말이 2천만 루피가 걸린 퀴즈쇼에서 상금을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였지만, 그의 삶에서 얻은 것으로 모든 퀴즈 문제를 맞혀갔다. 마지막 퀴즈는 소설 삼총사에서 삼총사의 이름을 맞히는 문제였다. 주인공 자말은 어린 시절 삼총사 놀이를 기억하여 아라미스라는 정답을 맞히고 있다.

이스라엘의 다윗왕은 전쟁에서 적군에 포위되자 근처 동굴로 피신하였다. 그때 동굴 입구에 한 마리 거미가 거미줄을 치기 시작하였다. 얼마 뒤에 그를 추격해 온 적군 병사가 동굴 앞에 와서 입구에 거미줄이 쳐 있는 것을 보고는 동굴 안에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하여 그냥 돌아갔다. 보잘것없는 한 마리 거미가 왕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것들을 운명이라고 한다. 인간의 생사와 존망을 결정하는 초인간적인 힘은 그것이 매우 작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 있다. 이 운명을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초인적인 힘으로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도 한다. 특히 용감한 사람은 자기 운명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서체교육을 도강한 것은 그가 대학을 자퇴하였기 때문이고, 자말이 퀴즈 쇼에서 모든 문제를 만든 것은 그의 처절한 삶의 산물이고, 다윗왕이 동굴로 피신한 것은 그의 지혜의 결과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사업을 접은 사람들이 많다. 많은 사람이 운이 없어서 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차원에서 세상사를 시스템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연을 훼손하는 우리 개개인의 삶의 방법이 코로나19를 가져왔고, 그것이 사회경제체제의 변화를 가져와서 개인의 생활에 영향을 준 필연적인 결과로 인식한다.

지난겨울 꿀벌들이 사라지자, 신문 등에서는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은 4년 내 멸종될 수 있다는 충격적 예언까지 하고 있다. 이에 의하여 인간이 죽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운명인가? 6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코로나19 전염병은 처음에는 한 사람의 감염에서 시작하였다. 이 코로나 19에 의한 사망을 단순히 개개인의 운명으로 생각할 것인가?

케네디(J. F. Kenedy) 대통령은 ‘인간 운명의 어떠한 문제도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것은 없다.’고 하고 있다. 어떤 것을 운명처럼 생각하면 로또 복권 사듯이 복권을 산 뒤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결과만 기다릴 것이다. 운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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