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한집건너 외국인 신부 “나도 당당한 한국인”
농촌 한집건너 외국인 신부 “나도 당당한 한국인”
  • 주진석 기자
  • 승인 2005.10.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미유키씨 “일본 친정과 통화때 한국말 무심코 나와”
우즈벡 지래나씨 “한국어 열심히 공부해 운전면허증 합격 목표”
조선족 3세 강순애씨 “천대와 괄시 이제 옛말"
   
 
  ▲ 국제결혼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충북 보은군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을 추진한 결과 현재까지 국제결혼한 가정이 64가구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보은군으로 시집 온 외국인주부와 2세들.  
 

농촌총각들이 국내서 신부감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들과 결혼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외국인 주부들 이 늘고 있다. 

보은군의 경우도 군정 시책으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를 추진, 현재 국제결혼 가정이 64 가구에 달하고 있는 등 앞으로도 계속 늘어갈 전망이다.

 충청매일는 창간 6주년을 맞아 국제결혼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주부들이 현지 적응하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들어보자.

최근 들어 자치단체들은 국내에 들어와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겪고 있는 국제결혼 외국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보은군의 경우 올들어 지난 2월15일부터 3월29일까지 군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실습, 전통예절교육, 한국음식, 꽃꽂이 실습, 문화유적지 탐방 등 다채로운 내용의 ‘스위트홈 교실’을 열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또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의 도움을 얻어 외국인 주부들이 한국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어 교육을 매주 수요일 실시하고 있으며 친인척이 없는 외국인 주부들의 임신과 출산을 돕기 위해 출산 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주부 또한 스위트홈 교실을 계기로 매달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친목 도모와 정보를 교류하며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일본인 주부 와다나베 미유키씨(41)는 종교가 인연이 돼 동갑인 한국인 남편 심문섭씨를 만나 지난 1995년 결혼했다.

이듬해 한국으로 건너와 보은군 탄부면 벽지리에 신혼살림을 차린 미유키씨는 현재 2남1녀를 두고 시어머니를 봉양하며 남편과 함께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이 부부는 국적을 달리하는 서로 다른 환경의 이방인끼리 결혼했으나 살아가는 모습은 여느 부부들과 다르지 않다. 자식들의 재롱을 지켜보며 오손도손 사는 그런 평범한 부부다.

그러나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주부 대부분이 그렇듯, 미유키씨도 청력이 떨어지는 시어머니와 말이 안통해 고부간 갈등을 겪기도 했다. 또 언어 문제로 인한 잦은 실수로 남편과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며 속상해 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루는 남편이 ‘불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 기름에 고기를 볶아 내놓았더니 ‘이게 뭐냐’며 화를 내 너무나 서러워 방문을 잠그고 한참동안 흐느껴 운 적이 있어요.”

미유키씨는 당시 ‘고기볶음’과 ‘불고기’의 차이를 몰랐다면서 “자신과 같은 외국인들은 가족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마음에 상처를 받고 너무나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미유키씨는 이런 경우 교회에 나가 같은 처지의 일본인들로부터 위로를 받거나 일본에 사는 친구와 이메일로 대화를 나누며 서운한 감정을 풀려고 애쓴다.

그는 한국 생활이 1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거의 장애가 없을 정도로 한국인이 다 됐다.

미유키씨는 일본에 계신 친정어머니에게 전화통화를 하면서 무심코 “아이고”, “아니요”, “그래요” 등의 한국말이 입밖으로 불쑥 튀어나오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데 일본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한국인으로 변해 버린 자신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입맛도 신혼 초에는 맵고 짠 한국음식 때문에 무척 고생한 미유키씨는 이젠 일본인들이 싫어하는 마늘이 들어간 김치, 깍두기를 시어머니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담가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농사일에 매달리겠다고 말하는 미유키씨는 “과거 일본인의 악행으로 고생하신 분들이 한결같이 ‘잘 살아줘 고맙다’면서 용기를 주고 있다”며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보은군이 2003년 추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사업을 통해 같은 해 6월 남편 송종구씨를 만나 결혼한 지래나씨(25).

이들 부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그 해 11월 한국으로 건너와 보은군에서 다시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남편 송씨는 지래나씨와 첫 만남에서 “결혼하면 시할머니와 시부모를 모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쾌히 승낙해 배우자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고려인 3세로 본명이 옐레나인 지래나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보은군 산외면 길탕리로 시집온 뒤 할아버지 성(姓)을 따 ‘지씨’로 바꿨다. 지래나씨 또한 한국에 들어온 다른 외국인 주부처럼, 한국말을 배우느라 무척 애를 먹고 있다.

“신혼 초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가족끼리 손짓발짓 다해 가며 수화하듯 대화하느라 정말 힘들어요.”

그러나 “이젠 웬만한 한국말은 거의 다 알아듣고 읽기와 쓰기도 썩 잘한다”고 남편 송씨는 전했다.

요즘 지래나씨는 운전면허 시험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농사일로 바쁜 남편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매주 수요일마다 군 여성회관에서 열리는 한글공부시간에 직접 차를 운전해 가기 위해서다.

러시아어로 시험을 칠 수 없어 ‘문맹’으로 응시하고 있는 지래나씨는 그동안 3차례 도전해 모두 실패했으나 하루빨리 운전면허를 따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에서 살다보니, 러시아 말을 자꾸 잊어버려 고향 엄마와 대화하기 어렵다는 지래나씨는 “그래서 한글 공부와 함께 틈틈이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지래나씨는 농사일이 바빠 한글공부에 자주 빠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보은군 외속리면 구인리 강순애씨(47)는 중국 길림성 도문시에서 살다가 1997년 9월 한길남씨(65)를 만나 그 해 11월 한국으로 건너온 조선족 동포 3세다.

둘 다 한번씩 아픈 경험이 있는 이들 부부는 같은 마을 주민의 소개로 국제 결혼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강씨 역시 낯선 한국의 문화, 언어, 풍습, 음식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국에 갓 들어왔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정말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천대하고 괄시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그간의 심적 고생을 말했다.

그는 중국에선 부부가 가정일에 역할을 분담하는 데 한국은 남편이 권위를 내세우는 가부장적 구조여서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젠 마을 부녀회에 참석해 이웃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한국음식 만들기 교육에도 참가하는 등 한국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려고 애쓴다.

보은군 여성회관 박영옥씨(44)는 “국제 결혼한 외국인 주부들이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며 “언어, 문화, 관습 차이 뿐만 아니라 남편·고부간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 속에서 살아온 만큼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