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새로운 지자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광역·기초의회 정수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의 광역·기초의원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의 선거구가 어떻게 변경될지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운동을 하며 속을 태우고 있다. 모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책임을 방기 탓이다.

정개특위는 이미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지난해 12월 1일)을 훌쩍 넘기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실무 일정상 지난 18일까지 마무리해달라고 한 요청도 지키지 못했다. 3월 국회는 끝났고, 이런 상태로는 4월 국회도 미덥지 않다. 일선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의 곤혹스러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빠져 합의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국회의 무능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여야 원내대표는 30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협상에 나섰지만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다만 4월 5일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으니 최대한 조속히 결론을 내자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봐선 과연 지켜질지 의문스럽지만 말이다.

선거구 획정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양당의 기초의회 독점을 막기 위해 기초의원의 선거구 정수를 3인 이상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광역으로 할 경우 풀뿌리 기초의회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지방분권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26조는 광역의원을 선출할 때 선거구 정수를 1명으로 하되 지역구는 국회에서 정하고, 기초의원 정수는 2인 이상 4인 이하로 하되 지역구와 의원정수를 광역의회 조례로 정하고 4인 이상 선출 시 선거구를 분할할 수 있게 규정해 놓고 있다. 거대 양당은 이 조항을 악용해 제3정당의 기초의회 진입을 막아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기초의원 선거구 정수를 최소 3인으로 하고, 4인 이상 선출 시 선거구를 분할할 수 있게 한 조항을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인위적인 선거구 쪼개기를 막고, 기초의원 정수를 3명 또는 4명으로 하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다당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광역의회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4대1에서 3대1로 조정하는 일도 급하다. 충북 옥천·영동군, 충남 금산·서천군 등 전국 13개 지자체가 선거구 통합으로 광역의원 정수가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 위기다. 농어촌지역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인구수 기준 선거구 획정 움직임에 반발이 거세자 지역 대표성을 고려한 특례조항 신설이 논의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선거구 획정과 광역의원 정수 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해당지역 출마예정자와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후보자는 선거전략에 차질을 빚고, 유권자는 후보 검증 및 선택에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여야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선거법 합의를 미루는 것은 국민의 정치개혁 염원을 외면한 구태정치의 판박이다. 국회는 제발 예비후보자들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얼굴 알리기에 나서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지방선거 잔치에 재를 뿌리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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