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숨겨놓은 오래된 사랑”

김흥기 시인(왼쪽)과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표지
김흥기 시인(왼쪽)과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 표지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김흥기(충북작가회의 회원) 시인이 예순 중반의 연륜에 첫 시집 ‘첫눈이 내게 왔을 때’(개미/1만원)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서울의 여러 면모와 풍광, 그 편린들을 스케치하듯 쓴 시들이다. 자기 삶의 터전으로서 서울과 그 갈피마다에 숨은 내밀한 모습들을 적출했다.

2부는 시인의 가족사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시들이다. 각기 가족과의 관계를 열어 보이고, 또 거기에 시인의 유년기 기억을 덧붙였다. 3부는 197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민주화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4부는 비교적 근작들로 삶의 주변을 살핀 짧은 시들을 포함하고 있다.

시인은 세종로 한복판에서 ‘한 달이면 해결될/이 나라의 슬픔’(‘교보빌딩 앞을 지나며’), 위악스럽게 나부끼는 ‘근로자 고충중점 처리기간’이라 적힌 플래카드를 본다. ‘의혹도 없이/아름답게 소멸해 가는’ 북악산일지, 그믐달일지 모를 ‘차마 다 없어질 순 없어’(‘북악산’) 작은 땅덩어리 같은, 시인이 목메고 사는 서울의 모습을 본다. 호텔 신라 숙박계에도 맡기지 못할 상한 몸으로 두 다리 절며 걷는 장충동 유관순을 본다.

그가 걸어 만나는 신평화시장, 청계천, 수유리 4.19 묘지의 지나간 역사와 우리가 써나가고 있는 현실이 맞서 싸우는 서울 한복판의 삶을 보여준다. 그렇게 끝날 것 같다가 부를 거듭할수록 고향을 불러내고 아버지, 어머니, 그가 성장해온 시의 원천들을 불러내는 것은 시인으로서 다시 거듭 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5월의 봄 햇살이 ‘하나님이 쏜/화살’(‘5월의 노래Ⅱ’)이거나 바람과 눈보라를 닮은 노래임을,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들어서는 서울 입구에 쓰러져 가마니로 덮어놓은 ‘시(체)’(‘교정작업’)로 갈아입은 ‘최첨단 바이오 포스스모더니즘’(‘시인Ⅰ’)의 몸으로 돌아가야 버티는, 그는 천상 시인인 것이다.

오은주 소설가는 “김흥기 시인은 길게 흐르는 강물 같은 사람이다. 그가 흐르는 강물에는 많은 사람들이 발을 담그거나 물장구를 치며 즐겁게 놀다가 이윽고 떠나갔다. 그 강물은 고향에서 발원해서 청계천을 지나고 신촌역에서 출렁대기도 한다. 광야에서 십자가를 지고 진리를 외치는 목자의 마음과 허풍쟁이 광고쟁이 사이에서 오늘도 그는 분열하고 통합하며 시를 짓는다”며 “그의 시는 지금까지 고여 있지 않았다. 퍼올려서 들여다보면 그의 시는 숨겨놓은 오래된 사랑”이라고 말했다.

김흥기 시인은 “낡고 시시한 시들을 세상에 내보낸다. 내 책임이다. 오랜 시간동안 죽지 않고 꼬물꼬물 살아온 시들에게 미안하고 참 고맙다”고 전했다.

김흥기 시인은 경북 경산 출생으로 고교 2학년 때 시인 신동집 교수의 추천으로 대구백화점갤러리에서 삼인 시화전 개최를 시작으로 1984년 다락방문학동인집 ‘내 사랑 이 땅에서’로 문단에 등단했다. 1986년 그림동인들과 함께 시화집 ‘어울림’을 발간하고 및 전시회를 개최했다. 1986년 ‘아버지의 바다’로 노동문화제 문학부문 특상을 수상했으며 1988년 ‘우리문학’ 창간호 특집에 ‘할아버지의 나라’ 등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동국문학인회, 충북작가회의, 다락방 문학동인이다. 최근 민족문학연구회 발기 회원, 런던국제광고제 한국대표이며,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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