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충청매일] 종종 우리나라를 갈등 공화국으로 부른다. 이는 OECD와 같은 외국의 조사나 한국행정연구원이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연구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 지수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위치하고 있다는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적 갈등이 높으면 국가발전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지 못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갈등지수와 똑같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인 갈등관리 능력도 최하위에 위치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한국은 갈등의 정도가 매우 높고 갈등관리는 잘 안 되고 있는 사회이다. 우리사회의 사회적 갈등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역, 성별, 소득, 세대, 도시와 농촌 등과 관련된 갈등이다. 새 대통령 당선인은 이러한 갈등을 통합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여대 야소가 여소 야대의 정치 지형으로 변화하게 되면 의회의 입법 갈등은 불 보듯이 뻔하다. 정치권의 갈등관리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의 입법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잠재화된 사회의 갈등은 명시적으로 표출될 것이다. 여기에 기존 정권에서 보수화된 시민단체들이 정권 변화로 아웃사이더가 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갈등을 조장하여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인정하는 체제이다. 갈등이 없는 사회체제는 전체주의 체제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갈등을 인정하고 때로는 갈등을 조장하는 체제이다. 그러면서 갈등을 정치권력보다는 국민에 의하여 해결하는 체제이다. 민주주의가 사회적 갈등을 인정하는 것은 갈등이 사회발전의 동인이 되고, 정부 정책의 창의성과 역량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이 적절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결여와 개인적인 심리적 불안감을 조장하여 사회적 자본 형성을 어렵게 한다.

인도는 인구 80%가 신봉하는 힌두교 이외에 8개의 종교 공동체가 있고, 흑색, 황색, 백색 인종이 함께 살고, 인구 1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 공동체가 217개나 되고, 18세기 근대, IT의 현대 및 우주선의 미래가 공존하고, 전통적인 카스트의 차별이 현존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으로 갈등이 상존하지만, 하나의 인도로 뭉치게 하는 것은 국민들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그들이 스스로 이야기하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자부심으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에 새 정부는 국가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국민 누구나 목소리를 내어 갈등을 조장하면서, 갈등을 국민의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소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이 갈등을 정치권력 간의 타협이나 관료체제만으로 해결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이 뒷받침하지 않는 갈등 해소는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잠재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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