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선
청주흥덕도서관 사서

 

[충청매일] 거리를 걷다 보면 카페들이 정말 많다.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부터 특색 있는 개인 카페까지 그 크기와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카페가 많을까? 이 책의 저자인 유현준 건축가는 길거리에 이렇게 카페가 많은 것은 주변에 공원과 벤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뉴욕 같은 경우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공원이 있고, 이쪽에서 저쪽 공원을 걸어서 평균 13분 정도면 갈 수 있다. 벤치는 브로드웨이 950m 구간에 170개가 있는 반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같은 길이의 거리에 벤치가 3개뿐이다.”(p.175)

카페와 공원을 비교해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차이점은 카페에서는 무언가를 구매해야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입장료인 셈이다. 테이크아웃을 하면 저렴한 카페도 있고 유명 관광지의 카페는 메뉴가 특별하지 않아도 가격대가 높다. 그리고 최근에 만들어진 개인 카페에는 노키즈존이 생기기도 한다. 노키즈존 유무에 대한 찬반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카페는 어떤 기준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공원과 같이 아무런 제한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진정한 ‘소셜 믹스’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소셜 믹스의 일반적 의미는 ‘단지 내에 분양, 임대를 함께 조성하여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실패 사례가 많다. 저자는 실패 원인이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이며, 소셜 믹스는 상대방의 배경이 어떤지 모르는 ‘익명성’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공원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공통의 추억을 만들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연스럽게 화목한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건축가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며 앞으로 이 공간들이 어떻게 변해야할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원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면 그 공간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들어져야 할지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평소 스쳐지나왔던 공간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해보고 앞으로는 어떻게 바뀌면 더 좋을지 생각해보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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