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선인이 들어가야 할 청와대 이전 문제가 이슈다.

이번 20대 대선은 국민의 55%가 정권교체를 바랬고 정권교체의 주역인 윤석열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선 전부터 모 인터넷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며 ‘당선되면 영빈관을 옮기겠다’는 발언으로 청와대 이전 문제를 거론했던 문제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5년 임기의 대통령이 들어갈 영빈관을 옮기는 것은 당연히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는 5년의 임대를 들어가는 사람이 자기가 맘에 안 든다고 임차인(국민) 의견을 무시한 채 임대인(대통령) 맘대로 집을 고치거나 옮긴다는 것과 같다.

청와대 이전 문제는 현 당선인에게서만 나온 문제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나온 얘기다.

어림잡아 30년도 넘은 해묵은 주제다. 그런데도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도 위원회까지 만들어 2년여를 고민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보안과 경호를 비롯해 국빈 접대, 헬기장 문제까지 차고 넘친다. 안 했다고 심한 타박도 없다. 비난이야 하겠지만 시위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정치인들은 더 할 말이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공약 내걸었다가 못하긴 마찬가지였으니까. 무엇보다 괜스레 나랏돈 쓰지 않아도 되니 효율성의 문제에서도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물론 윤석열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은 나름 의미가 있다.

당초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지닌 역사적 의의를 생각하면 무조건적 이전은 쉽지 않다.

청와대는 원래 고려의 남경 터이다. 1068년 설치됐으니 올해로 954돌, 천 년 가까이 왕의 자리를 지켜왔다.

왕은 인간세계의 지배자이자 하늘의 아들이다. 정도전이 경복궁 터를 잡은 것도 그런 정치 이론을 따른 것이다.

유교에 따르면, 북극성은 왕의 별자리다. 모든 별이 그 주위로 돌기 때문이다. 왕은 북쪽에 앉아 남면(南面)하여 천하를 다스린다. 조선의 왕은 북극성이 체현된 경복궁에 앉아 한반도를 통치했다.

청와대 터를 포함한 경복궁은 천하의 중심이자, 하늘과 인간을 잇는 신성한 영역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총독이, 미군정기에는 군정장관이, 그리고 1948년 정부 수립 이후에는 역대 대통령이 이곳에 거주했다.

청와대는 이처럼 하나의 상징이다. 하늘의 뜻이 내려오고, 민심이 응결되는 정치적 소도(蘇塗:삼한 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특수한 신성 지역, 곧 성지(聖地)를 지칭함)다.

지금 대한민국은 장기적인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손실과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안한 세계 경제, 그리고 대선을 통해 나타난 양분화된 민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은 문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산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코로나로 자살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소상공인들 뿐만 아니라 국민가계를 고려한다면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경비를 들여 청와대를 이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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