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이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던 지방선거운동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도지사·시장·군수와 지방의원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일(6월 1일)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조차 마무리되지 않는 등의 여파가 크다.

대선에 온통 관심이 쏠리다보니 지방선거가 주민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 영향도 있다. 각 정당은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대선 이후로 미루게 하고, 출마선언과 현수막 게시 등 개별 선거운동도 금지했다. 지방선거는 지역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중앙정치에 예속돼 한낱 정당의 입맛에 휘둘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이번 주부터 지방선거의 선거구 획정 작업에 들어갔다.

선거구 획정은 이미 법정시한인 지난해 12월 1일을 3개월 이상 훌쩍 넘긴 상태다. 정개특위는 대선을 핑계로 선거법 개정에 늑장을 부렸지만, 지금껏 선거구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른 채 깜깜이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광역·기초의원 출마자들은 속을 태울 일이다.

이번 정개특위에서의 가장 큰 관심사는 광역의원 정수와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6월 광역의원 선거구 상하 인구편차를 기존 60%(4대 1)에서 50%(3대 1)로 바꾸도록 결정했다.

이를 적용하면 충북의 경우 옥천군과 영동군 도의원 선거구가 각 2개에서 1개로 통합된다. 각각 지역구 도의원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광역의원 정수가 축소될 위기에 처한 지자체는 옥천·영동뿐만이 아니다. 충남 금산·서천 등 전국에 13곳이나 된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 1월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인구수 기준 선거구 획정을 규탄하며 정개특위에 ‘행정구역·면적 등 비인구적 요소를 고려해 지역 대표성이 반영된 선거구 획정과 공직선거법상 농어촌 지역에 대한 특례조항 신설’을 건의했다.

한때 인구 2만명 이상 선거구는 최소 2명을 선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지금은 3만명 이상 2명 유지 등 다른 대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떤 결론이 날지 오리무중이다.

정개특위에서 또 하나의 뜨거운 논의는 기초의원을 최소 3인 뽑는 중대선거구 도입이다. 현행 공직선거는 대부분 최다 득표자 1명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지만, 기초의원은 득표수에 따라 2∼4명 당선자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4인 이상 선거구는 광역의회가 2인 이상 선거구로 쪼갤 수 있다. 거대 양당은 이 조항을 악용해 제3정당의 기초의회 진입을 막아왔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개혁 공약 중 하나로 기초의원 2인 선거구제를 3∼5일 중대선거구제로 추진하고 있다. 기초의회의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고, 다당제를 실현할 수 있는 실효적인 개정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지방선거구 획정이 늦어질 대로 늦어지면서 출마예정자는 공약 및 정책 발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유권자들 또한 출마예정자의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하는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정개특위는 한가하게 시간 끌 여유가 없다. 지역 간 불균형을 줄이고 풀뿌리 민주주의 취지를 살리는 합리적인 방안을 빨리 도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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