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몇 년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한국 국민의 정신적 습관에 대하여 조사한 적이 있다. 보고서에 의하며 우리 국민 90.9%는 1개 이상의 인지적 오류의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인지적 오류는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고 근거 없이 멋대로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에 의하면 46%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때 내 의견을 묻지 않는다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임의적 추론의 오류 습관을 지니고 있고, 대선에서 후보자 부인의 잘못을 후보자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과 같은 선택적 추상화의 습관을 지닌 사람이 58.9%로 조사되고 있다.

이외에 약 43%의 응답자가 나는 옳고 상대는 그르다. 모 아니면 도다. 강자와 약자, 거짓과 진실, 남자와 여자, 좌파와 우파와 같은 흑백논리의 사고 습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 오류의 경향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다고 한다. 이분법적 사고 습관은 이번 대선에서도 그대로 증명되고 있다. 선거의 불문율처럼 영호남의 지역 갈등은 변하지 않았고, 세대갈등과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인 이념 갈등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특히 이대남과 이대녀로 표현되는 성별 갈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국민의 힘이 국민들의 이분법적 사고 습관을 이용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이에 대응해 민주당이 페미니즘 논쟁을 불러일으켜서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새로운 갈등을 만들었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문제를 단순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단점을 가진다.

무엇보다도 나와 다른 생각을 나는 옳고 상대는 틀린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람을 내 편과 상대편 또는 적으로 인식하여 협력과 협상을 어렵게 한다. 이러한 협력과 협상의 가능성이 떨어지면 함께함으로써 얻어지는 윈-윈이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없다.

또한, 생각의 범주가 두 가지 가운데 하나에 얽매여 사고의 폭을 늘리지 못하게 하여 새로운 생각이나 대안의 탐색을 어렵게 한다. 이분법적 사고는 틀에 갇힌 사고로 틀을 벗어나서 생각하게 하는 창의적 사고를 제한하여 변화를 억제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행동이 습관이 되듯이 사고도 습관이 된다. 이러한 습관은 역사적 문화적 요인으로 결정되기도 하고, 학습으로 조장되기도 한다. 정치가들은 선거에서 마타도어식 선전으로 국민의 이분법적 사고를 조장하고 국민을 이분법적 사고의 노예로 만든다. 이것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분법적 사고의 습관을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비판적 사고로 전환하는 노력과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남녀의 이분법적 사고가 반복되어 습관이 된다면 그것은 다른 갈등과 같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재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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