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이혜훈 전 의원
활동 없다가 지역 연고 언급
뜨내기 정치인 역풍 우려도

왼쪽부터 나경원· 이혜훈 전 의원
왼쪽부터 나경원· 이혜훈 전 의원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승리하면서 오는 6월 치러질 충북지사 자리를 노리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대선 후보와 지원유세에 나서면서 지역을 찾아 연(緣)을 명분으로 ‘충북의 딸’을 자처하며 은근슬쩍 충북지사 출마 기회를 엿보고 있다.

충북지역이 도세가 약하고 ‘인물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지역에 연고가 희박한 뜨내기 정치인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말들이다.

대선이 끝나면서 충북지사 선거를 목표로 한 정치인의 대시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서울 서초에서 3선(17·18·20대)을 한 이혜훈(57) 전 국회의원이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시사하는 입장을 내놨다.

부친이 충북 제천 출신으로 ‘충북의 딸’을 자처한 이 전 의원은 이날 ‘공정경제특별도 충북을 꿈꾸며’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충북의 발전을 위한 길에 이혜훈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 12년 3% 박스권에 갇혀 있는 충북 경제에 파우더 경제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며 “충북 곳곳을 누비며 지원유세를 하는 동안 수도권의 발전상과는 달리 충북의 발전 시계는 아주 느리고 소외돼 왔음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이시종(3선) 지사의 도정 목표였던 ‘전국(GDP) 대비 충북경제(GRDP) 4% 실현’ 실패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이 전 의원은 “충북은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노련한 요리사를 만나지 못해 날아오르지 못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충북 도민은 윤석열의 공정과 정우택의 경제특별도를 융합한 ‘공정경제특별도’로 탈바꿈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며 “지금은 노련한 요리사와 공정을 구현할 경제통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앞서 바른정당 당 대표를 하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의 친분도 깊다. 윤석열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충북지사 공천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충북의 딸’을 내세운 정치인은 또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지낸 대중정치인 나경원 전 의원이다. 부친의 고향이 충북 영동인 나 전 의원은 최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청주 상당 선거구 재선거 정우택 당선인의 후원회장을 맡으면서 충북지사 출마설이 돌았다.

나 전 의원은 대선 지원 유세차 충북을 방문해 “향후 거취를 고민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으나 “충북도 예산을 챙기는데 소홀함이 없었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우택 당선인 또한 “나 전 의원이 중앙인맥이 두터운만큼 충북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원했다.  

이처럼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의 충북지사 출마설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차기 충북지사 후보가 노영민 전 청와대비서실장이란 거물급 정치인이라는 데 있다.

최근 지역 언론의 차기 충북지사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도 노 전 실장에 비해 야당 예비 주자들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데 따른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노 전 실장을 대적하기 위한 국민의힘의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 정서상 이를 충북도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충북에서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않고, 지방과 중앙을 오가며 경륜과 능력을 쌓은 정치인도 아닌 인사들의 단체장 출마 소식은 곧 ‘도민들을 우롱하는 기만행위’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 이 전 의원은 경남 마산 출생으로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제천에서 잠시 생활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UCLA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랜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이후 서울 서초구에서 3선을 했다.

나 전 의원 역시 서울 출생이다. 부친이 충북 영동이라는 점 말고는 충북과 연고는 없다. 한나라당에 입당, 정치에 입문했으며, 17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된 이후 18대 서울 중구, 19~20대 서울 동작구을 지역구에서 4선에 성공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뜬금없이 나타난 뜨내기 정치인들의 등장으로 인해 지역 도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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