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최대한 멋지고 다정한 모습으로 정의로운 척 국민 곁으로.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투표권을 행사하기 전까지만이라도 유권자는 갑인가. 어떤 정치를 하자는 건지 어떻게 할 테니 그 일을 할 기회를 달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래야 어떤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갈지 예상이라도 해볼텐데 정치를 게임하듯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알리스 메리쿠르 글·마산진 그림의 ‘생쥐 나라 고양이 국회’란 우화는 정치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어떤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려는데 바로 ‘생쥐 나라’ 이야기다. 그곳의 생쥐들도 우리처럼 먹고 자고 놀고 그렇게 살아간다. 생쥐들은 4년마다 누구를 우두머리로 세울지 정한다. 각자 상자에 종이를 집어넣는 방식이다. 종이에 우두머리 후보의 이름을 적어낸다. 생쥐들은 이것을 ‘투표’라고 불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두머리로 뽑힌 자는 투실투실하고 피둥피둥하고 시커먼 고양이들이다. 내가 고양이를 딱히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우두머리론 꽤 괜찮은 친구라 생각한다. 좋은 법안도 통과시켰고 딱히 쥐에겐 좋은 법안인지는 확실하지 않은 것 같지만. 우두머리들이 정한 법 중에는 쥐구멍은 반드시 고양이가 발을 쑥 집어넣을 수 있을 만큼 커야 한다는 것도 있다. 법은 하나같이 좋은 법이다. 고양이들에게만! 생쥐들의 삶은 더욱더 팍팍해져만 간다.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뭐라도 해야겠다며 투표장으로 몰려간다. 이제는 더 이상 고양이를 뽑지 말자고 하며. 검은 고양이들은 물러났고 생쥐들이 다시 뽑은 우두머리는 흰 고양들이들이다. 흰 고양이들은 생쥐 나라의 문제는 쥐구멍이 동그랗다는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우리를 뽑아주면 쥐구멍을 네모나게 만들어준다 떠들어댄다. 흰 고양이들이 만들어준 네모난 쥐구멍은 고양이들이 두 발을 너끈히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이었다. 생쥐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워졌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비명을 질러댄다. 생쥐들은 또 우르르 투표장으로 몰려가 흰 고양이들은 물러나라며 새로 우두머리를 뽑는데 그들은 검은 고양이들이다.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들이 번갈아 가며 뽑혔고 급기야는 둘을 반반씩 뽑아 ‘연립 정부’라 불렀고 생쥐처럼 말하는 얼룩 고양이도 뽑아본다. 그러나 결국 얼룩 고양이도 쥐를 잡아먹기는 마찬가지였고 문제는 털 색깔이 아니라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작은 생쥐가 생쥐 나라는 생쥐가 다스려야 한다고 그러니 우두머리로 생쥐를 제비 뽑기를 해서라도 뽑자고 제안한다. 생쥐들은 저 생쥐가 단단히 미쳤다고 펄쩍 뛰며 감옥에 가둔다. 비록 생쥐나 사람이나 몸은 가둘 수 있겠으나 그들의 생각은 가둘 수 없어 생쥐의 생각은 부지런히 새끼를 쳐서 수많은 생쥐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젠 더 이상 고양이가 생쥐 나라의 법을 정하지는 않게 된다. 검거나 희거나 얼룩덜룩하더라도 고양이는 안 된다고.   

그야말로 우화다. 고개 흔들어 격하게 동의하고 싶어지다가도 한편으론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정치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어떤 방법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정치와 희망이 영원히 평행선상에 놓이지 않으려면 구성원 각자의 현명한 선택이 있어야 할 때다. 쥐를 위한 투표를 해야 한다고 그림책은 이야기한다. 기발하다. 최선이 아니라면 나와 우리를 위해 일할 기준으로 선택하면 차선은 되지 않으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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