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온갖 분탕질이 난무했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꼽히며 국민을 힘들고 피곤하게 했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다음 5년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았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마지막까지 선전한 후보들에게는 위로를 보낸다.

이번 대선은 역대 선거 중 이런 경우가 있었나 싶게 비호감 후보들이 경쟁이나 하듯이 나섰다. 후보 본인은 물론 부인들의 각종 의혹까지 덧붙여지면서 혼탁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진영 간 진흙탕 공방은 선거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고 국민을 피로감에 찌들게 했다.

유력 후보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수십건에 달할 정도로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네거티브 유세가 판을 쳤다. 미래 국가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을 우선시했고, 신뢰하기 모호한 과거 행적을 들춰 내 막말을 일삼았다. 차별을 조장하는 언사는 여사고, 믿기 힘든 음모론도 수시로 불거졌다. 때문에 이번 대선은 ‘최선’이 아닌 ‘차악’의 후보자를 선택하는 선거라는 혹평을 받았다.

선거판이 이런 가운데서도 국민은 높은 투표율로 정치권을 심판했다. 진영대결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유권자들의 참여가 높아진 탓도 있지만, 정치권이 바뀌기를 열망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정치권은 또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국민의 염원을 외면하지 말고 새로운 정치로 보답해야 한다.

진영정치에 함몰되다 보니 민심은 사나워질 대로 사나워졌다. 국론 분열만 가속화하는 이런 선거를 계속해야 하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그래서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깨끗한 승복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 때 일부 후보가 분명히 졌음에도 인정하지 않고 불법·부정 투표 운운하면서 억지를 부려 눈살을 찌푸린 바 있다.

대선 불복은 파장이 총선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국민의 절반 가량이 지지하지 않는 당선자다. 자칫하면 국민이 양 갈래로 갈라져 가늠할 수 없는 후폭풍이 몰아칠 게 뻔하다. 어렵게 일궈온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고 싶지 않다면 낙선자는 겸허한 자세로 당선자를 축하할 일이다.

후보자 모두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선거 과정에서 다소 서운함이 있을지언정 결과에 깔끔하게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다. 불협화음을 만들기보다는 자신이 뭐가 부족해 선택을 받지 못했는지 성찰하며 한 걸음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진정한 정치인이다.

당선자를 비롯한 패권을 차지한 이들의 자세는 더욱 중요하다. 갈라진 민심을 다시 하나로 엮어내는 일은 승자의 포용과 관용에서 출발한다. 대척점에 서 죽일 듯이 싸웠던 이들은 이제 국가발전을 위해 협치해야 할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들을 껴안는 리더십을 보이기 바란다.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국민대통합을 외쳤다. 이제 실천만이 남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당선 일성으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쳤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부디 이번 당선자는 지지층만을 위한 대통령이 아닌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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