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7년7개월만이다.

원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충격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가와 성장·무역수지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가대응 전략이 시급한 상황이다.

유가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국 등 국제에너지기구(IEA) 31개 회원국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비상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한국도 동참했다. 이번 합의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킬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가 세계 수출량의 약 11%(2020년 기준)를 차지하는 2위 산유국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또 액화천연가스(LNG) 1위 수출국으로, LNG 공급차질은 대체재인 원유 수요증가를 불러 유가 급등을 부추긴다.

게다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조급해진 러시아가 민간인 거주지 폭격을 강행하는 등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서방진영은 수출통제에 이어 국제은행간 결제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퇴출 등 러시아 경제 고립화로 맞서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자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서방진영은 세계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직접 제재는 피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금융제재만으로도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상당 부분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차 오일쇼크가 도래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고유가는 물가를 자극하고 성장과 경상수지에도 악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으면 성장률이 0.3%p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는 1.1%p 오른다. 경상수지는 305억달러나 악화한다.

우리나라의 원유 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 그 충격은 전방위적이다. 일단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유가에 가장 민감한 화학·운송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민 가계부담과 직결되는 기름값도 오를 수 밖에 없다. 100달러대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면 이달 중 휘발유 값은 리터당 2천원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2천원선도 넘을 조짐이다. 10년만에 다시 휘발유 가격이 2천원대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밀 등 곡물 가격까지 급상승중이다. 밀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 세계 밀 생산량의 14%를 담당하고 있는 탓이다. 이는 국내 물가를 자극한다. 이달 국내 소비자물가가 10년 만에 4%대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미국과 유럽 각국이 파병 대신 경제제재를 택하면서 본격적인 ‘경제 냉전’ 시대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러시아의 압도적 군사력에 전쟁은 조만간 끝나겠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둘러 전략비축유 방출, 원유 도입 다변화 등 비상플랜을 가동해 현재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또한 대러 제재와 관련한 기업피해와 경제충격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비상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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