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인류의 영원하고 보편적 주제는 인권의 의미와 연대의 중요성이다.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는 일본의 작가인 다니카와 슈운타로와 국제엠네스티가 공동으로 글을 쓰고, 이세 히데코가 그림을 그렸다.

시란은 주인공이다.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나와 회사에 다니며 두둑한 급여와 멋을 아는 젊은 남자 시란. 결혼은 하지 않고 회사에서는 일을 척척 해내고 야근도 종종 하며 상사에게 인정도 받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 집에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어느 먼, 이름도 모르는 나라의 삐쩍 마른 아이가 나오는 TV를 보며 불쌍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고 흔한 일이라며 채널을 돌리는 소시민의 일상을 누린다. 어느 날 죄 없이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편지를 쓰자는 내용의 편지를 받는다. 시란 씨는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일인데다 그 사람들이 정말 나쁜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며 편지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어느 일요일 테니스를 치며 일상의 즐거움을 누린 날 밤에 군인 다섯이 총을 겨누며 시란씨를 체포한다. 난 죄가 없다고 외치지만 집을 샅샅이 수색하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너는 왜 우산을 안 쓰는 거지?’ 비를 맞으며 걸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비가 오면 누구나 우산을 쓰며 모두 비 맞는 걸 싫어하는데 왜 너만 기분이 좋아지는지 묻는다. 그리고 다른 생각을 하는 놈들은 모두 다 적이라며 폭행한다. 시란 씨의 체포 소식에 회사 사람들은 ‘너무 친절한 게 이상했다’ ‘사람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다’고 떠들어 대고 부장은 그 녀석은 우리 회사와 관계없는 인간이라고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장관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도둑 살인자도 아닌 사람들 머릿속에 숨어있는 생각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특별히 조심하라고 한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시란 씨 친구들은 여전히 휴일을 즐기고 이제 아무도 시란 씨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시란 씨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어느 먼 나라 바닷가 오두막에서 한 젊은이가 편지를 쓴다. ‘시란 씨가 2년째 재판도 받지 못하고 감옥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시란 씨는 감옥에 갇힐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었다. 또한 어느 먼 나라에서는 아주머니가 시란씨에게 안부를 물으며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당신의 친구이며 다른 친구들도 많으니 희망을 가지라는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시란’이란 ‘모른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먼 나라 모르는 사람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지만 내 가족이 아무런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있고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될까?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유와 인권을 유린당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떠도는 시란 씨가 지구촌 여기저기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며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사악한 권력자들은 지배적 탐욕을 위해 죄목을 결정한다.

나의 자유는 소중하다. 각자의 인권이 소중하다면 결국 다른 이의 인권과 자유에도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인권 교과서로 불리는 이 그림책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하다. 더 교묘해지는 지배의 기술들로 인해 우리 중 누구라도 시란씨가 될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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