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시장·군수와 지방의원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향후 4년간 자기가 사는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관심은 온통 다른 곳에 있다. 정치적 민감도가 큰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지방선거 직전에 치러지는 탓이다. ‘지방선거 실종’ 부작용이 우려된다.

6·1 지방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지난 18일 시작됐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접수창구는 한산하다. 예비후보 등록 첫날부터 북새통을 이뤘던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선거운동과 관련해 문의 전화만 올 뿐 등록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선관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어깨띠 착용, 선거구 내 세대수의 10% 내에서 홍보물 발송 등의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함으로써 정치 신인에게도 자신을 알릴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소용없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 소속 출마예정자들에게 예비후보 등록을 미루고 당 대선후보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달라는 내부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개인 선거운동을 금지한 셈이다. 선거에 처음 출마하는 신인들은 얼굴을 알릴 기회가 적어졌으니 현직에 있는 경쟁자와는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당의 입장에서야 정권 창출을 위한 대선보다 시급한 게 없을 것이다. 대선 결과는 곧 이어지는 지방선거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새 대통령의 임기는 5월 10일 시작된다. 대통령 취임 3주만에 다시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이니만큼 여야 모두 대선 승리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된다.

분위기가 이러다보니 출마예정자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의 지침을 어겼다가 자칫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사정은 이해되나 지방자치제도가 철저히 중앙당에 예속돼 휘둘린다는 사실이 씁쓰름하다.

국회는 이번 지방선거에 적용할 선거구조차 아직까지 획정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지난해 12월 1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했는데 지금껏 법을 무시하며 방치해 두고 있다. 특히 인구가 적은 지자체는 지방의원 선거구 통합에 민감한데도 대선에 밀려 아랑곳하지 않는다. 출마예정자는 선거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무작정 뛰어야 하고, 지역 유권자는 후보를 특정하지 못하는 한심한 실정이다.

지방선거에서의 선택은 지역의 발전과 미래를 좌우한다.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 당선자가 지역주민의 삶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다. 그러려면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할 시간을 제대로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주권자의 권리를 찾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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