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전욱은 대륙 신화에 등장하는 고대의 왕이다. 황제(黃帝)의 손자로 농사에 재주가 뛰어나 일찍부터 부족의 관심을 받았다. 왕에 오르자 백성들에게 계절에 맞추어 씨 뿌리고 수확하는 것을 널리 가르쳤다. 백성들의 생활이 이전보다 넉넉해지자 모두 전욱을 추앙하였다.

이때는 사유재산이 존재하지 않았고 공동생산 공동분배 시대였다. 하지만 배분할 때마다 분쟁과 다툼이 차츰 많아졌다. 전욱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감시와 통제를 도입하였다. 이때부터 모든 결정을 왕의 판단에 맡기게 되었다.

전욱은 권력을 독점하자 자신에게 도전하는 일체의 행위를 철저히 막았다. 그러자 정치가 폭정으로 변했다. 이때 폭정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던지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을 모조리 묶어 북쪽 하늘에 가둬 놓았다. 그로 인해 세상은 한쪽에서는 늘 태양이 있어 눈부시고 뜨거워 어찌할 바를 몰랐고, 다른 한쪽에서는 태양이 뜨지 않아 어둠과 추위에 떨며 지내야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너무 불편하고 고통스러워 천제에게 탄원하였다. 이에 천제가 물의 신 공공(共工)에게 명하였다.

“너는 지상에 내려가 사람들의 불편과 고통을 해소하도록 하라!”

그렇게 하여 공공이 남쪽 지상에 내려왔다. 공공은 세력을 모아 전욱을 몰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전욱은 남쪽에 강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군대를 늘렸다.

공공이 많은 세력을 얻자 드디어 전욱과 한판 붙었다. 전쟁은 치열하여 지상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오가며 전투가 벌어졌다. 공공은 북쪽 부주산(不周山) 기슭에서 결판을 내고자 했다. 부주산은 지상에서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큰 기둥이었다. 하지만 전욱의 맹공에 공공이 조금씩 물러섰다. 이렇게 물러나다가는 패배할 것이 뻔했다. 공공은 있는 힘을 다해 마지막 공격을 해보았으나 도무지 전욱을 이길 수 없었다. 스스로 너무도 화가 나서 분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그만 부주산을 이마로 맹렬하게 받아버렸다. 그러자 우르릉거리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부주산이 무너져내렸다.

갑자기 하늘 기둥이 무너지자 세상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전욱이 북쪽 하늘에 꽁꽁 묶어두었던 해와 달과 별들이 기울어진 하늘을 따라 서쪽으로 흘러내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해가 뜨면 낮이 되고 해가 지면 밤이 되었다. 그리고 밤에는 달과 별들이 세상을 비추었다. 변화는 하늘에만 생긴 것이 아니었다. 대지에도 서북쪽은 땅이 우뚝 솟아 높아졌고 동남쪽은 땅이 푹 꺼져 깊고 깊은 골짜기가 생겼다. 이때부터 대륙의 모든 강물은 동쪽으로 흘러 바다에 모였다.

전욱은 공공을 물리친 후에 신들의 간섭까지 막았다. 신들이 하늘과 땅을 오가는 통로를 끊어버린 것이었다. 이후 전욱은 인간 세상에서 가장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

전제정치(專制政治)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우두머리 맘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를 뜻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것을 투표로 결정한다. 개나 돼지처럼 취급받고 살아도 좋다고 하는 사람들은 전제정치를 선택할 것이고, 존엄한 인간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민주정치를 선택할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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