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20대 대통령 선거도 여지없이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소·고발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를 겨냥한 것들이다. 선거철만 되면 도지는 고질병 ‘묻지마 고소·고발’이 재연되면서 정치적 갈등을 법에 과도하게 의존해 해결하려는 ‘정치의 사법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윤 후보 관련 고소·고발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각 캠프에서 접수한 고발만 수십 건에 이른다. 대선 후보는 물론 후보의 가족, 캠프 관계자들까지 고발 대상이다.

게다가 보수·진보 성향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하며 고발 건수는 더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의 기자회견 내용이나 언론 보도 등의 조그만 문제 제기에도 걸핏하면 고발장을 접수하는 탓이다.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지만 수사기관을 통해 후보를 검증하겠다는데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후보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 고소·고발돼 수사 중이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는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고발됐다.

윤 후보도 검찰총장 재직 시의 ‘고발사주 의혹’을 비롯해 ‘판사 사찰 의혹’,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됐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대학 허위 경력 제출’ 등으로 고발된 상태다.

수사기관에 들어오는 고소·고발장은 각하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수사에 착수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선거 정국에서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거나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고소·고발이 남발된다. 고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에 보도되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특히나 무차별적인 네거티브가 판치는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고소·고발 건수도 역대급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선거법상 대선 후보는 후보자 등록 이후부터 개표를 마칠 때까지 중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수사 대상자가 될 수 없다. 고소·고발을 해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주요 선거 때마다 되풀이는 고소·고발 남발은 수사력을 낭비케 해 상대적으로 민생사건 처리에 소홀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검찰의 정치화를 막겠다던 정치권이 스스로 사건을 무분별하게 끌고 들어가 사법권에 예속화되는 것이다. 이런 식의 고소·고발전은 유권자의 판단도 흐리게 해 정치 혐오를 키우는 결과만 낳게 된다.

그렇지않아도 국민은 혼탁하기만 한 이번 대선에 염증을 내고 있다. 네거티브 공세는 한쪽 지지층의 호응을 얻을진 몰라도 부동층 등 나머지 유권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줄 뿐이다. 부디 고소·고발 공방보다는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선거전을 펼치길 바란다. 아울러 고소·고발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국회 차원의 실효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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