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충청매일] 조선의 문신 이언적은 세모에는 자신의 행실 3가지를 반성하는 세모삼성(歲暮三省)을 말했다. 일성(一省)은 연중 남에게 잘못한 일이 무엇인가를 반성하고, 이성(二省)은 가족, 친족 마을의 일에 이기심으로 한 해 동안 소홀히 한 일이 무엇인가를 반성하며, 삼성(三省)은 자신의 양심에 꺼린 일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것을 요구했다.

어릴 적, 매년 설을 앞둔 이맘때면 아버지는 학업으로 각기 흩어져 있던 우리 형제들을 모아 놓고 밤늦도록 훈육하셨다. 공부 잘하라는 말씀보다는 “겸손하고 올바르게 살라”는 말씀이 주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형제들은 큰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성장한 것 같다.   

독일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 황제 비서실장의 한 공작이 살고 있었다. 황제는 그의 능력을 높이 사서 총리로 삼았다. 그러자 그는 교만해지기 시작했고 방탕하고 포악하기까지 했다. 모두가 그를 싫어하게 되었다. 어느 날, 사냥 갔다가 교회에 들러 잠깐 기도하고 고개 드는 순간 강대상 뒤편 십자가 위에 밝은 빛과 함께 “3”이란 숫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는 자기에게 남겨진 날이 3일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남겨진 3일 동안 천사처럼 살았다. 3일이 지났다.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3일이 아니고 3개월이라고 생각했다. 3개월을 또 천사처럼 살았다. 가정과 나라가 변하기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가 3개월이 아니고 3년이라고 생각했다. 3년이 지나는 동안 황제와 신하들과 온 국민이 감동하게 되었다. 마침 황제가 후계자도 없이 병으로 죽게 되었다. 황제는 이 총리를 다음 황제로 세워 달라고 유언하고 죽게 되었다. 그가 총리로 3년이 되는 날 그는 황제로 등극하게 된다. 그가 바로 1314년 프랑크푸르트의 다섯 제후에 의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추대된 루트비히이다. 그의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 했다.

근로자에게는 연말정산을 하는 달을 제13월의 월급날이라고도 하다. 즉 한 해 동안 납부 한 세금을 총체적으로 따져보고 더 낸 세금은 돌려받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제적인 면의 연말정산도 필요하지만, 지난 일 년 동안 삶에 대한 연말정산도 필요하다는 생각되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다.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것이 삶의 흑자였다면, 감정의 변화는 적자 인생은 아니었는지 되짚어 본다. 온유와 겸손으로, 선한 싸움이었는지, 중간에 포기하고 쉬면서 안위한 삶이었는지를 돌이켜본다. 안타깝게도 흡족하게 돌려받지 못한 지난해를 반성하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임인년 새해를 맞는다. 올해는 자아 성찰과 내면의 마음을 수양하여 넉넉한 환급을 다짐해본다.

낙타는 아침에 무릎을 꿇어 짐을 싣고 저녁에도 주인 앞에 무릎을 꿇어 짐을 내린다. 자신의 본문을 잊지 않고 무릎을 꿇는 모습에서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가를 깨닫는다.

높은 산의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것은 비바람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나무가 키를 낮추기 때문이다.

새해 새 희망의 키를 잡고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도록 몸가짐, 마음가짐을 다져보는 세모(歲暮)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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