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령에도 사회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기도 하지만 최근 급증한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도로상의 교통환경 변화도 고령자의 사고 증가 요인으로 지적돼 안전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한 도로에선 A(77)씨가 몰던 승용차가 생활용품 매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매장 안에 있던 손님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12월 22일 부산에서는 시장 입구에서 80대 운전자가 유모차를 들이받아 18개월 여아와 60대 여성이 숨졌다. 모두 운전 미숙에 의한 사고로 조사됐다.

고령자 교통범죄 점유율은 매년 증가 속도가 빠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3.7%에 불과했던 고령자 교통범죄 점유율은 2020년 11.2%를 차지했다.

경찰 통계에도 고령자 교통사고 유발 건수는 젊은 세대를 압도한다. 2018년 기준 연령대별로 면허소지자 1만명당 교통사고 유발 건수는 65세 이상이 92.74건으로 30대 49.77건보다 1.86배 높다. 65세 이상 면허소지자 1만명당 유발 사망자 수도 2.75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다.

개인적 편차가 있겠지만 60대에 접어들면 시·청각 전반의 기능이 저하된다. 인지·반응 능력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는 세대다. “아직은 괜찮다”며 본인의 운전실력을 과신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고령 운전자의 운전능력을 테스트해보면 예상 밖으로 낮게 나온다.

지난 2018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방안’ 보고서를 보면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40세부터 저하되기 시작해 60대는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심에서 돌발 상황을 가정해 측정한 결과에서 비고령 운전자의 반응속도는 0.7초인데 비해 고령 운전자는 1.4초가 넘었다.

고속도로 내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과 출발 반응 시간도 일반 운전자보다 17% 이상 오래 걸렸다. 당연히 앞 차량의 급제동이나 보행자의 출현 등 긴급한 상황에서는 순간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랜 운전 경륜 등으로 방어운전을 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2021년 전체인구(5천131만명)의 16.5%에 달한다. 이미 국제연합(UN)의 고령사회 기준인 14%를 넘어섰고, 2025년에는 고령자 비중이 20.3%에 달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운전면허 자진 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인센티브 기준이 상이하고, 반납대상 나이도 제각각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농촌지역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농업 활동에도 지장이 많아 참여율이 극히 낮다.

정부는 운전능력에 따라 야간·고속도로 주행 등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도’를 오는 2025년 시행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운전면허 반납과 마찬가지로 이동수단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호응을 얻기 어렵다. 몇백원만 내고도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등의 교통복지 서비스 확충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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