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얼마 전 詩 원고를 청탁받은 일이 있다. 출간돼나올 때를 물으니 1월이란다. 원고를 준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어떤 시를 선보일까? 어떤 1월에 대하여 쓸 것인가? 어떤 희망에 대하여 쓸 것인가? 그렇게 고민하다가 ‘1월엔’이란 제목의 시 한 편이 내게 다가왔다.

 

1월엔 // 12월을 맞이하자 / 설렘 가득한 새해 아침엔 / 열한 달 지나 / 남은 달력 앞에 서 있는 / 내 모습 그려보자 / 들꽃 향기에 취했던 아지랑이와 / 폭우 앞에서 당당했던 푸르름 / 제 살아온 빛깔대로 물들던 정직함을 / 세상을 덮는 눈 앞에선 뒤돌아보아야 한다는 걸 /

하루 지나고 이틀이 가도 / 살아가는 일들이 올해도 / 맘처럼  되지 않더라도 / 한 해를 마감하는  회한의 밤엔 / 그래도 그만하면 괜찮았다고 / 내 얼굴 마주하며 / 웃을 수 있도록 / 1월엔 / 12월을 맞이할 일이다 - 졸시 ‘1월엔’ 全文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며 지난해와는 다른 한 해를 꿈꾼다. 그리고 내가 이루고 싶은 소망을 담아 남에게도 덕담을 한다. 그런데 정작 새해를 맞이해 보면 모든 게 크게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지속되거나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해가 바뀐지 며칠이 안 가서 사람들은 탄식하기도 한다.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면서 걸었던 희망은 커다란 실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찾아온 시적 화두는 ‘1월엔 12월을 맞이하자’였다.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은 우리 곁을 다시 찾아올 것이다. 사방에는 꽃이 피고 아지랑이가 오를 것이다. 그런 봄이 지나면 뜨거운 태양볕과 폭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나무는 푸르름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면 우리는 한 해가 지는 아쉬움에 몸을 떨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은 간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돼 12월 달력을 눈 앞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해가 바뀐지 이제 한 달이 거의 지났다. 그런데 올해도 역시 새해에 걸었던 희망보다는 아픔이 먼저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나 싶다. 여러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파트 건축현장에서 고층아파트가 무너져 유명을 달리했다. 작년, 재작년에 이어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며 하루하루 확진자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엄청난 고통과 수많은 희생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좀 나아지기를 그렇게 바랐는데도 현실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희망은 희망일 뿐이고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래도 시간은 흐를 것이다. 봄이 찾아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더 어려운 고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생각하자. 나무는 폭우가 온다고 푸르름을 잃지 않듯 역경과 고난을 물리치고 극복할 의지만은 굳게 다지자. 그래야 한다. 그리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돌이켜보면 우리 만큼 엄청난 재난과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경우가 어디 그렇게 많을까? 그래도 우리는 그 고난을 여전히 극복하면서 지금 여기 있지 않은가? 이겨내자! 잘못된 것은 다시 고치고, 우리에게 닥친 위험은 지혜로 물리치자! 설날이 지나고 단오가 지나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고난은 끊이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그에 맞서 최선을 다하고 12월 달력 앞에서 ‘그만하면 괜찮았다’고 웃을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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