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뉴스에서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는 필자가 대선 공약에 대하여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른다. 보고 듣지 않으려 해도 알게 되는 대선 공약을 보면 소상공인 지원과 같이 수십조가 들어가는 공약부터 국민 생활 밀착형 공약이라는 명분으로 더불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소확행 공약이나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심장이 쿵하는 약속’을 의미하는 ‘심쿵 약속’을 하루가 멀다 않고 내놓고 있다.

유력 후보자들의 이미지 선거가 도덕성으로 죽을 쑤니 정책선거로 변신하면서 빵을 주는 장밋빛 약속의 공약 경쟁을 하고 있다. 발전된 국가와 같이 공약 비용을 객관적으로 추계하는 기관이 없으니 그의 실현 가능성은 문제 삼지 않는다. 이 공약을 모두 지키려면 국가 예산의 3~4배가 필요할 것이다. 이에 선거공약(公約)을 공약(空約)이라고 한다. 이들 공약은 유권자를 즐겁게 하지만 그 결과는 유권자가 아닌 출마자가 독식하게 된다. 그래서 공약을 거짓말 때로는 사기라고 한다.

탈모 약 주고, 200만 원 병사 월급 올려주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실손 보험료 더 내야 한다. 그 돈은 내가 먹은 자장면에서 내는 700원의 부가가치세에서 부담하는 비용이지 정부가 돈 찍어서 퍼주는 것이 아니다.

선거이론에 중위자 투표이론이 있다. 중위자 투표이론은 다수결 선거에서 중위 투표자들이 원하는 결과가 투표의 결과를 결정한다고 한다. 이에 의하여 정당이나 후보자의 공약은 이념이나 철학과는 무관하게 차별화되지 않고 비슷하여진다는 이론이다. 지금 양대 정당의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을 보면 이 이론에 의하여 정책이름만 다르지 모두 주겠다는 차별성이 없는 정책들이다.

이 중위자 투표이론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대표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그 결과는 큰 정부를 가져오게 된다. 정부가 신뢰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 큰 정부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정부실패의 모습을 자주 보이는 우리의 경우 큰 정부는 부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킬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공약이 많을수록 유권자와 국민들은 실망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실현되는 선거공약의 가짓수는 공약한 가짓수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학자들은 공약을 가장 적게 하는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on)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고 그 현란한 기대 때문에 회색빛으로 퇴색되는 정치가가 되지 말고, 회색빛 미래를 관망하고 그 음산한 배경에서 빛이 나는 장밋빛 정치가가 되라고 한다. 잘못된 선거는 국가의 쇠퇴를 가져올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빵을 주기보다 세금은 조금 걷고 낭비적인 지출을 줄여서 작은 정부를 만들고, 인간답게 사는 데 저해요인을 제거하는 정책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는 없을까? 그걸 기대하기에 도덕성과 인간미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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