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오송중학교 교감

 

하루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모닝커피’라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커피를 찾는다. 아침뿐만 아니라 하루 내내 커피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현대인과 커피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나 역시 하루에 한두 잔 정도의 커피를 즐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커피를 왜 찾는 것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커피가 가지고 있는 카페인 특유의 각성 기능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정서적인 의미도 크다. 커피를 마시면 그 향까지 음미하게 되는데 커피 향은 마시는 사람의 기분을 올려주고 마음을 위로하는 효과가 있다.

얼마 전에 S사 커피가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다. 특유의 탄 맛이 좋아서 종종 찾는 커피전문점의 가격 인상에 자연스레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S사 커피 가격이 유독 비싸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국민 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미국, 일본보다 비싼 게 사실이다. 이미 비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도 가격을 또 올린 것이다. 회사 측은 가격 인상의 근거로 원재료 값이 오르고, 코로나19로 국제 물류비가 올라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두 가격과 물류비가 오른 건 전 세계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기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회사 측의 설명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커피, 과연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을까. 커피는 6~7세기 에티오피아의 ‘칼디’라는 목동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하여 뛰어다니는 광경을 목격한 칼디는 자신도 이 열매를 먹어보는데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 사실을 이슬람 사원의 수도승에게 알렸고 기분이 좋아지고 졸음을 방지해 주는 등 수양에 도움이 되는 신비의 열매로 알려지면서 여러 사원으로 퍼져 나갔다. 이후 12~13세기 십자군 전쟁 때 군대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탈리아 교황이 커피를 그리스도교 음료로 공인하면서 유럽 귀족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이처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커피 문화가 퍼진 만큼 지금 우리가 즐겨 마시는 카페라떼,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등은 이탈리아어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가 커피의 나라인 이유이다.

몇 년 전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왔다. 커피의 본고장답게 매력적이고 이색적인 카페들이 어느 곳 하나 특별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탈리아인의 삶이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에 담겨진 듯했다. 커피에 대한 이탈리아의 높은 자부심이 느껴졌다. S사가 전 세계 커피 문화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고 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2018년에 S사가 밀라노에 1호점을 열긴 했지만 전 세계 매장이 미국식 커피를 판매하는 곳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곳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예술가, 장인들을 기용해 이탈리아의 특색이 묻어나는 곳으로 만들어졌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인 ‘대한’이다. 큰 추위가 찾아왔다.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에 주인장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동네 골목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느끼고 싶은 시간이기도 하다. 프랑스 작가 탈테랑의 말처럼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같이 뜨거우며, 천사같이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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