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MBC 스트레이트에서 방영돼 최고 시청률을 찍을 만큼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씨의 화술에 대해 여장부같다며 ‘걸크러시’라는 말이 등장하는가 하면, 최순실을 연상해 ‘김순실’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듯 시끌벅적한 가운데, 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졌다.

녹취를 진행한 서울의 소리 측는 녹취한 이유에 대해 김씨와 어머니 최씨에 대한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각종 의혹이 산적함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엉뚱한 사람들이 줄줄이 기소되고 정작 김씨와 최씨는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이유가 궁금했다고 한다.

실제 이번 녹취록 방송에서 윤 후보 장모 최씨와 정대택씨 간에 벌어진 17년 째 소송에 대한 실마리가 나왔다. 정씨와 최씨는 송파구 부동산과 관련해 17년간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정씨에 따르면 결정적인 증인들 진술은 기각되거나, 엉뚱한 사람들이 기소되는 억울함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정씨는 검찰에 분명히 최씨를 돕는 뒷배가 있다고 단정하고 그 증거를 찾기 위해 엄청난 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하나가 양재택 전 검사와 최씨 모녀가 함께 유럽여행을 갔으며 그 비용을 최씨가 지불했다는 것과 최씨가 양 전 검사의 부인에게 2천만원을 송금한 증명서 등을 제시했다. 이것이 사실일 경우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

양 전 검사는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최씨 모녀와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다, 나중에는 여행만 같이간 사이라며 말을 바꿨다.

돈을 송금한 사람도 제이슨이라는 김씨의 지인에게 부탁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을 바꾼바 있다.

이 논란에 대해 기자가 묻자 김씨는 서슴없이 양 전 검사와 유럽여행을 같이 갔다고 말했다.

정씨와 법정다툼이 진행될 당시 모르는 사이였다고 주장한 것이 거짓말이었다. 특히 법정에 제출한 출입국 기록에서 최씨를 제외하고 양 전 검사와 김씨의 기록이 삭제된 이유가 기이하다. 도대체 어떤 권력을 사용하면 출입국 기록조차 사라지게 만드는 것일까.

어렵게 찾아 제시한 증거물이 법정에서 속속 기각되거나 변질되는 것은 권력이 돕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번 녹취록에서 그동안 양 전 검사와 최씨 측의 주장을 뒤집는 자백이 나온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보다 김씨의 화법이나 몇가지 정치적 논쟁으로 본질이 흐려지는 것이 안타깝다.

당시 검찰의 고위 간부였던 양 전 검사의 여행경비와 2천만원 송금 의혹은 단순히 뇌물수수 의혹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이 재판으로 누군가는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렸고 누군가는 화병을 얻어 죽기도 했다.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는데, 힘있는 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오명을 벗고 누군가는 그 오명을 곱절로 뒤집어 쓴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김씨의 녹취록에는 조국사태, 미투문제 등 사회의 심각한 이슈들이 등장한다. 조국사태는 진보진영이 몰아부치지 않았으면 일찍 끝내려고 했다는 말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본인의 경력위조 의혹도 심각하지만 녹취록에 등장하는 여러 공적인 분야의 말에 관한 의혹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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