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식 충주시 관광과 주무관

 

[충청매일] 셋째가 태어나고 육아휴직을 했다. 누구나 시작할 때는 그럴싸한 계획이 있듯 나 역시 육아휴직을 하면 남는 시간에 자기개발을 해보려 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졌다. 어린이집이 휴원을 하면서 첫째와 둘째, 갓 태어난 셋째까지 아내와 나 다섯 식구의 집콕생활이 시작되었다.

단군신화를 보면 곰이 동굴에 자가격리를 시작하고 백일이 채 되기 전에 사람이 되어 동굴을 나왔다던데 코로나로 시작된 집콕생활은 100일이 한참 지나도 끝나질 않았다. 집안에 갇혀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점점 흉폭해졌다.

나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이들을 마스크로 무장하고 놀이터로 나섰다. 오랜만에 외출한 아이들은 신이나 뛰어놀았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아이들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찻길로 뛰쳐나갔다. 아파트로 들어서던 차들은 아이 앞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줄줄이 멈춰섰다. 조심성 없던 아이 행동에 화가 났지만 아이를 혼내기에 앞서 안전한 놀이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직이 끝나 복직한 후에도 안전한 놀이공간에 대한 고민은 끝나질 않았다. 길에서 보이는 예쁜 1층 건물, 그 건물을 입구처럼 통과하면 펼쳐지는 초록잔디 광장을 떠올려본다. 광장은 아이가 마음껏 뛰어도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 넓이고 그 한켠에는 어린이 짚라인, 언덕 미끄럼틀 같은 자연놀이터가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 걱정 없이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보며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 그 옆으로 문을 열고 나서면 탄금호를 보며 물멍, 불멍도 할 수 있는 BBQ장이 있다. 길가에는 자전거 여행객이 쉬고 갈 수 있는 쉼터도 두자. 여기에 밤에는 탄금호 야간경관과 연결되는 조명까지 갖춰놓는다면 시민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충주시 금가면 조정지댐 근처에는 1만제곱미터가량 되는 반달모양 땅이 있다. 내년 봄 즈음까지, 그곳에는 아이들이 흐르는 강을 배경 삼아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가족공원이 조성될 계획이다.

“내 가족이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고 만들었습니다”라는 광고들이 있다. 이용자의 눈높이에서 정성껏 만들었다는 뜻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충주시가 만드는 공간은 내게 특별하다. 나는 담당자이자 이용자로서 육아하는 부모들이 행복한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현장을 살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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