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파트 신축공사장 39층 콘크리트 타설작업 도중 갑자기 23~38층 외벽 등 구조물이 종잇장처럼 찢겨져 떨어지는 등 신축 중인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외벽이 붕괴해 6명이 실종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CCTV 영상을 통해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외벽을 바라보는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참사를 지켜봐야 할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국토교통부와 건축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부실시공과 사고에 취약한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을 살펴보면 23~38층 사이 외벽과 구조물이 도미노처럼 연이어 무너져 내렸는데, 이는 콘크리트 양생 불량과 설계 구조상의 취약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도 공동주택 시공 시 설치하는 ‘갱폼(외벽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외벽 등이 붕괴한 것이 아파트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사고의 경위야 어찌 됐든 국토부의 발표대로 갱폼 붕괴가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이라면 이는 고정 불량, 콘크리트 하중 작용, 강풍의 영향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아 2주 정도의 양생을 거쳐야 안전한데 이 과정을 잘 거치지 않고 작업을 서두르다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는 무리한 공기 단축과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연일 강풍이 불어 타워크레인 지지대와 거푸집 등이 풍압을 견디지 못했거나 하부에 타설해 놓은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사고 당일 눈이 내리는 혹한 속에서 작업이 강행됐으니 사고발생은 예견된 인재로 볼 수밖에.

문제는 인근 주민들 마저 공사장 상층부에서 합판, 쇠막대, 콘크리트 잔해물 등이 떨어지고 도로가 함몰된다고 민원을 제게했지만 묵살당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부실한 시공과 어설픈 공정이 빚어낸 안전사고라고 단정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불과 7개월 전 광주시 학동 5층 건물이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던 현장도 현대산업개발이라는 것이 안전불감증에 대한 업체 인식부족이 빚어낸 인재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행사는 물론 관리·감독기관이 제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다.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등장한 재발방지 약속은 어디다 팽개쳤길래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는지 답답하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후진국형 참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내팽개치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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