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정영문의 ‘꿈’ 등 오늘의 작가 총서 5권 출간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민음사에서 시리즈로 발간하는 오늘의 작가 총서 5권의 문학작품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올해는 한국문학 분야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작가들의 의미 있는 작품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는 ‘재발견’ 시리즈다. 출간된 작품은 정영문의 ‘꿈’을 비롯해 구병모의 ‘고의는 아니지만’, 이장욱의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배삼식의 ‘3월의 눈’, 김경욱의 ‘동화처럼’ 등 모두 5종이다.

정영문 작가의 소설집 ‘꿈’은 일곱 편의 단편소설을 엮어 2003년에 출간됐던 소설집으로, 1996년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을 발표한 이래 26년간 꾸준히 이어져 온 정영문 세계관의 초기 성격을 엿볼 수 있는 귀한 디딤돌 같은 책이다.

정영문의 문장은 생의 본질을 닮아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중얼거리며 권태롭게 이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죽음과 관련된 사건에 휩싸여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불안한 의문 속에 놓여 있다. 소설집 ‘꿈’을 통해 작가의 고유한 문학이 시작되던 초기의 고민들을 다시 들여다볼수 있는 책이다.

구병모작가의 첫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개정판도 함께 출간됐다. ‘고의는 아니지만’ 개정판에는 2011년 출간 당시 수록하지 않았던 단편소설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이 포함돼 있다. ‘어림 반 푼어치 학문의 힘’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자리를 잡기 위해 온갖 비학문적인 일을 하는 남편을 둔 아내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깊은 통찰과 예민한 감각으로 현실 한가운데에서 환상성을 끌어내는 구병모 작가는 사회와 인간의 폭력성과 잔혹함, 보통의 일상이 은폐한 공포를 잔혹한 상상력과 치밀한 표현으로 엮어 나간다.

이장욱 작가의 첫 장편소설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은 세 건의 연쇄 자살 사건을 중심으로 IMF 외환 위기 정국을 막 지난 2000년 초반 한국 사회의 풍경과 평범한 이들의 삶을 펼쳐 보인다. 이 시대의 정동을 민감하게 포착해 꿰뚫어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칼로의 유쾌한 악마들’의 시선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고 첨예한 질문이 된다.

극작가 배삼식의 대표작을 묶은 희곡집 ‘3월의 눈’에는 매회 매진을 거듭하는 ‘3월의 눈’과 ‘먼 데서 오는 여자’, ‘화전가’를 비롯해 오페라로도 제작되며 한국 오페라의 흐름을 바꿨다는 평을 받은 ‘1945’, 대산문학상과 동아연극상 희곡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열하일기 만보’가 수록되었다.

배삼식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과 평단 모두의 호평을 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극작가다. 특히 갈등을 극 전체에 흩트려 놓거나 갈등의 바깥을 기입하는 배삼식만의 형식은 독보적이다. 이 개성적인 형식은 그가 역사를 그리는 태도와도 조응한다. ‘3월의 눈’을 중심으로 다섯 편의 수록작을 읽을 때 독자들은 ‘역사와 기억’이라는 주제에 가닿는다.

김경욱작가의 장편소설 ‘동화처럼’은 2010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던 작품으로, 새로운 색과 모양을 입고 다시 한 번 출간됐다. 김경욱이 그리는 로맨스, 연애부터 결혼으로 이어는 보통 사람들의 대서사시는 그 사건과 주인공들을 미화하지 않고 동화(童話)한다. 작가는 동화 속에 숨은 코드들로 세상에 숨어 있는 진실들을 읽어 낸다. ‘현실 로맨스’를 다루는 ‘동화처럼’에 담긴 사랑과 삶에 대한 진실은 대체로 낭만적이지 않고 아름다운 순간은 희박하다. 그러나 동시에 어린아이가 읽는 이야기로 알고 있는 ‘동화’ 역시, 그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상상하게 되는 포근하고 달콤한 이미지에 비해 꽤 슬프고 가혹한 이야기들을 다룬다는 사실도 생각해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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