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달이 뜰 때쯤에 나는 동물의 왕이 될 거야.’

겉싸개를 장식하고 있는 이 글은 주인공의 현실을 재밌게 보여준다.

제임스 서버의 글에 윤주희가 그림을 그려준 ‘왕이 되고 싶었던 호랑이’이다.

밀림의 왕 사자를 밀어내고 밀림의 왕이 된 호랑이는 밀림을 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드디어 조용하던 밀림에 전쟁이 시작된다. 모든 동물, 개미핥기부터 얼룩말까지 네 편 내 편을 나누어 싸움에 끼어든다. 몇몇은 자기가 누구 편으로 싸우는지도 모르고, 양쪽 모두 편을 들기도 하고, 몇몇은 옆에 있다는 이유로 그냥 물어뜯기도 한다. 더러는 그냥 싸우기 위해 싸우려고 한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거지?’라는 물음에는 ‘옛 질서를 위해서’라고 하고,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지? 라는 질문에는 ‘새 질서를 위해서’라고 한다. 드디어 전쟁이 끝나고 호랑이가 원하던 달이 아닌 핏빛의 볼록한 달이 떠오르자 달빛에 잠긴 정글은 미동도 없고 공포에 질린 앵무새 소리만 슬프다. 모든 동물이 죽고 호랑이만 살아남은 것이다. 전쟁이 휩쓸고 간 정글에 시간이 흘러 붉은빛이 점차 초록으로 변해 가지만 홀로 남은 호랑이에게는 무의미해졌다.

유사 이래 권력에 대한 욕망은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그 본질은 변함이 없다. 이긴 쪽이건 진 쪽이건 상처만 남는다는 것이다.

우화는 늘 재미에 상징을 담는다. 사자와 호랑이는 늘 자기가 최고라고 울부짖는다. 그러나 그들의 신념과 믿음의 고려에는 그들에게 밟히지도 잡혀 먹히지도 않는 개미핥기도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온 숲을 화마로 이끌어 그 작은 생명조차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대의 정글은 그런 사태를 미리 막으려는 개미들의 반란이 있고 이긴 자의 편에 서서 자신에게 돌아올 몫을 계산한다. 모두 자폭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지만, 그 전쟁 동안 겪어야 하는 혼란과 피해는 계속된다. 책에서는 모두 죽어 없어져 권력을 행사할 대상까지도 사라져버린 허무를 보여주지만, 우리 현실은 리얼이다.

작은 권력이라도 지니게 되면 그 권력을 휘두르고 거기에 취한다. 오랜 역사의 물결을 통해 단련된 개미들은 무도한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은 정죄한다. 권좌에서 끌어내려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수많은 우화에 등장하는 호랑이지만 오늘날 극도로 발전된 문명사회에서 호랑이는 외롭고 우매한 존재로 등장한다. 덩치가 크고, 힘도 세지만 그 힘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진 공룡처럼 도태될 가능이 있는 역할로 나타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호가호위 하며 힘없는 동물 위에 군림하는 우를 범하는 어리석은 권세들이 난장판을 벌이기도 한다.

편을 가르고 싸움을 붙이고 누구를 위해 왜 싸우는지도 모르는 전쟁을 벌일 때, 지혜로워진 개미들은 자신의 생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물론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하며.

정글이 사라지고, 구성원들이 사라진다면 호랑이는 권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존재할 수나 있을지 물을 수 있겠다. 자신이 호랑이여도 개미여도 휩쓸리지 않고 살 지혜가 필요하고, 작은 힘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더 큰 힘을 가지려는 탐심이 결국 몰락을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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