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청주금빛도서관 사서

[충청매일] 어느 날 문득,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는 날이 있다. 코로나로 집 안에서의 생활이 길어져서 그런지 누군가에게 상처받아서 그런지, 항상 같은 날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유난히 우울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따뜻한 차 한잔을 들고 내 방 침대 위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데, 이 책은 그때 발견했다. 우연히.

언제 샀는지 모르게 책장 한 쪽에 꽂혀 있던 책을 꺼내 들어 습관처럼 책의 뒤표지와 목차를 훑었다.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보면서 생긴 습관으로, 뒤표지와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내용이 어떤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뒤표지를 봤을 때부터 마음이 술렁였다. 은하수를 그린 듯한 배경에 한 문장. “존재만으로 충분한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 한 문장을 봤을 때부터 문득 마음이 흔들림을 느꼈다. 괜찮다고 도닥였는데 괜찮지 않은 하루를 보냈던 것이었을까….

차례를 보고 든 첫 느낌은 ‘차례가 참 많다’였다. 보통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0쪽’과 같은 형식으로 차례를 나열할 텐데 이 책은 책의 소제목들을 주욱 나열해놨다. 그 제목들을 훑다가 그중에 유독 눈이 가는 어느 한 제목의 글을 찾아들었다.

‘내 곁에 좋은 사람 / 삶이 무너져 내릴 때, 나 여기 있으니 걱정 말라며, 손 내밀어 나를 일으켜줄, 좋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하루 종일 도서관에 있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중 누군가의 손가락질에 상처받으면서도 누군가의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치유받는다. 어떻게 보면 작디작은 말 한마디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의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그런 작은 말 한마디만으로 괜히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이 책은 2~3페이지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이 두꺼운 듯해 보이지만, 굳이 모든 페이지를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어느 날 문득, 마음이 상처받았다고 느꼈을 때 페이지를 훌훌 넘기며 마음에 드는 글을 찾아서 볼 수 있단 게 이 책의 묘미가 아닐까. 나 또한 이 책의 모든 페이지를 다 읽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이 힘들 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막상 뭐라고 털어놔야 할지 모르겠을 때, 아무 말 없이 도닥여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그때 이 책 속의 어느 한 페이지를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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