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석의 흔들의자] 콩밭
[서강석의 흔들의자] 콩밭
  • 충청매일
  • 승인 2022.01.03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꿈세상 정철어학원 대표

“강석아 놀~자!”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다. 마음이 들떠 조바심으로 바작댄다.

“강석이 공부한다!”

엄마가 쐐기를 박는다. 낼모레가 개학인데 방학 숙제도 하지 않고 놀기만 한다고 이미 야단을 맞았다. 나는 마루에 엎드려 방학 책을 건성 펴놓고 있다. 마음은 콩밭에 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댓돌 단 위로 지우개를 슬쩍 떨군다. 지우개를 줍는 척 마루에서 내려가 엄마를 살핀다. 다시 지우개를 마당으로 슬그머니 던져본다. 마음 졸이는 꼼수 끝에 문밖으로 몸을 빼 콩밭으로 내달린다. 밤에 기다릴 무서운 회초리는 안중에 없다. 어린 시절, 내 마음은 늘 콩밭에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정치를 꿈꾸던 친한 선배가 있다. 그는 사업은 뒷전이고 그의 마음은 늘 콩밭에 있었다. 그 선배는 국민의 행복을 생각하고 나아가 나라의 번영을 걱정했다. 사석에서 토로하는 그의 가치 있는 철학과 열정은 듣는 이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 열정은 사업을 하는 선배의 마음을 늘 이상의 콩밭에 가 있게 했다. 아마 일선의 많은 정치인도 처음엔 국민을 위한 가치 실현을 꿈꾸며 그렇게 이상이 있는 콩밭으로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매스컴은 그와 다른 모습으로 연일 시끄럽다.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정치인들은 정쟁으로 난투극이다.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 같다. 콩밭에서 키우던 이상과 꿈은 어디론가 상실된 듯하다.

그들이 처음 마음처럼 그대로 그렇게 정치를 하였다면 나눔과 소통의 정치, 국민을 위한 행복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일 때는 그랬던 그들이 정쟁의 소용돌이 가운데로 들어서더니 변한 모습이다. 혈전을 벌이는 전쟁터에 서서 버티기에도 벅찼던 것일까. 아님, 이기심에 정신을 잃어 모든 것을 내팽개친 것일까. 무엇이 나라와 국민에 대한 순수한 꿈을 잊게 하고, 존중과 배려 대의와 나눔을 막아서게 했단 말인가. 가슴이 먹먹하다.

아니다. 내가 이렇게 가슴 먹먹할 겨를이 없다. 돌아보면, 나 역시 객관적으로 조명되는 자신의 모습을 장담할 수 없다. 나도 미화의 착각으로 덧씌워진 욕심과 이기 덩어리일 수 있다.

우리 모두 순수한 사랑을 꿈꾸듯 누구나 한 번쯤은 가치 있는 자아실현의 보랏빛 꿈을 꾼다. 봉사, 사랑, 나눔, 애국, 애족…. 하지만 쉽지 않다. 서 있기에도 녹록하지 않은 세상이 그렇고 내 속에 꿈틀대는 아집과 욕심이 그렇다. ‘봉사, 나눔, 애국…’은커녕 이웃과 잔잔한 미소를 나누며 함께 웃을 수만 있어도 다행이지 싶다. 마음만 콩밭에 있다.

덜컥! 문이 열리고 새해가 머리를 들이민다. 이럴 때마다 삶을 돌아본다. 회한이 많다. 가슴에는 순수한 꿈이 아직 있는데 걸어온 발자국마다 이기로 가득하다. 그래도 내겐 한 걸음 한 걸음 모두 소중했고 울고 웃던 추억들이 의미 있다. 하지만 이제 채워두었던 이기와 욕심을 비우고, 남은 발걸음은 희망과 행복의 나눔으로 채워 먼 훗날 미소로 지난날을 돌아보리라 또 다짐한다.

어린 시절 내 마음속 나는 언제나 동화 속 미담의 주인공이었다. 세상은 반짝였고 내 가슴은 늘 따듯했다. 언제, 순백했던 어린 시절로 살랑 소풍을 가 보아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