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대 칼럼] 크리스마스 아침 환호성
[이종대 칼럼] 크리스마스 아침 환호성
  • 충청매일
  • 승인 2021.12.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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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크리스마스 이른 아침이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파트에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산타가 왔어요! 나, 선물 받았어!’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의 환희에 찬 외침이었다.

산타는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신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으며,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도 상상해 보면서 전 날 밤에는 굴뚝도 없는 아파트에 산타가 어떻게 올까 걱정을 하면서 아파트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것 같았다.

환호성!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본 소리였다. 어쩌면 우리들은 몇 년 동안 기쁨에 넘치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티비를 켜면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질병에 대한 소식이 매일매일 이어져 왔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그리고 사망자가 몇 명이 늘었다는 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옥죄고도 남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화되고, 이에 따라 영업제한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소식에 우울해졌다, 실제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는 사람 중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종교단체에서도 확진자는 날로 늘어갔다. 사람들은 나도 혹시 확진자가 아닐까 의심하면서 선별진료소에서 줄 서서 검사 받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은 날이 갈수록 점점 길어졌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다시 세 시간, 네 시간으로 늘어났다. 거리에는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 아예 문을 닫는 가게들이 자꾸만 늘어갔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내가 사는 아파트의 주차장은 밤 11시가 되어도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해가 지기 무섭게 주차장이 꽉 차 버리곤 한다. 그만큼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리라.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티비 드라마를 보거나, 가요 프로그램을 즐기기도 한다. 트롯을 비롯한 가요 프로가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게 된 것도 코로나19의 대유행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마음을 달래고 하루하루의 삶을 이어갔다. 물론 음악계나 연예계, 스포츠계에서 맹활약하여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쳐 우리 국민들에게 기쁨을 준 경우도 없지 않았다. 우리에게 노래마저 없었다면, 그리고 단비 같은 그런 소식도 아예 끊어졌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엄혹한 몇 년을 견뎌냈을까 싶다.

나는 가끔 우리들은 크리스마스에 산타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말 잘 듣는 국민, 정부의 정책에 협조를 잘하는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백신 접종률이 그만큼 높은 게 아닌가? 불만이 있어도 정책에 따를 줄 아는 사람들, 불안하고 의심이 생겨도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의 안위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2021년도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잠시 지난 1년을 돌아보면서 최선을 다해왔지만 그래도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돌이켜볼 시간이 되었다. 질병에 쫓겨 허겁지겁 살아왔지만 그래도 방향만은 바로 잡고 살아왔는지 생각해 볼 시간이 되었다.

비록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른 아침에 선물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어린아이처럼 진정 기쁨에 찬 환호성을 힘차게 외칠 날을 기대한다. 내년에는 희망이라는 선물을 가득 가지고 오실 산타를 기다리면서 밝은 얼굴로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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