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지역주민들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가 지난달 말 대전, 세종, 충남·북의 19세 이상 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3.9%인 639명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8.9%는 ‘불필요하다’, 7.2%는 ‘모른다’고 답했다.

충남도의 지난 6월 조사와 비교하면 ‘필요하다’는 응답은 5.5%포인트 늘어난 반면에 ‘불필요하다’와 ‘모른다’는 소폭 감소했다. 찬성 의견이 월등히 많은 데다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론조사여서 지방은행 추진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됐다.

현재 전국 시·도 중 지방은행이 없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충청과 강원이 유일하다.

충청권에 처음부터 지방은행이 없던 것은 아니다. 대전을 본사로 둔 ‘충청은행’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이듬해 하나은행에 통폐합됐다. 청주에 본사가 있었던 ‘충북은행’

또한 1999년 조흥은행에 흡수 합병됐다. 조흥은행은 같은 해 강원은행도 합병했으나 2006년 신한은행에 합병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는다.

지방은행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 건 오래됐다. 지역경제 낙후, 지역자금 역외유출, 수도권 집중에 따른 양극화 심화 등이 이유다.

지방은행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지사는 “주민에게 재분배되고 지역경제에 재투자돼야 할 수십조원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며 “지역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제대로 지원하고, 지역 금융을 활성화하려면 지방은행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충청권은 지역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역외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충남 총생산액의 24.7%인 23조5천억원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등 역외유출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충북 역시 한해 13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4위 규모다.

충청권 중소기업은 지방은행이 있는 다른 지역의 중소기업보다 대출금액과 금리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역에서 벌어들인 자금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쓰여야 하는데 상당수가 밖으로 빠져나가니 지방은행을 통해 이를 개선하자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이달 8일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충청권 공동 추진 협약’을 맺었다. 지난 21일에는 4개 시·도의 의회 의장들이 의기투합해 이 같은 뜻을 재확인했다.

 충청권은 내년 공동 연구용역을 마친 뒤 2023년 금융당국에 인가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당장 3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지방은행 설립자금 모금부터 경영 방법 등 각종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까지 가세한 디지털·글로벌화 시대에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영업에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충청권 지방은행이 필요한 건 맞지만 다른 지방은행들의 경영난을 참고로 신중히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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