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대통령 후보자들도 교육공약으로 ‘정시확대’를 주장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정시전형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대학교마다 비중은 다르지만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의 비중을 살펴볼 때 평균적으로 70%대 30% 정도로 수시 비중이 높다. 서울 수도권 주요 16개 대학의 경우 수시와 정시 비중이 60%대 40%정도다.

수시전형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는 인원이 많아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은 물론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교육과정 이수현황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 수시 비중이 훨씬 큰 상황에서 학교 내신성적을 비롯해 학교생활기록부 기록과 면접 등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선발하는 수시전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 과정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 어떤 고등학교를 다니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관찰과 기록이 다를 수 있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수시보다는 같은 날 같은 조건에서 같은 시험지로 평가를 하고 그 성적을 바탕으로 대학에 진학을 하는 정시전형이 훨씬 더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크다. 생활기록부 기록 등 수시 준비는 해마다 교사연수나 교육청 주관의 컨설팅 등을 통해 거의 모든 학교가 평준화되고 있다. 오히려 정시는 재수생이나 사교육 환경이 뛰어난 대도시 수험생을 위한 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서울과 지방,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 또한 대도시와 중소도시, 도시와 농촌에 따라 공교육과 사교육 환경의 차이는 무척 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단순히 지식을 암기해서 풀 수 있는 문제보다는 종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와 풍부한 독서로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어릴 때부터 집안 환경을 포함하여 모든 교육환경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계층에 따라 학업능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이 차이를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100m 달리기를 하는 출발점에서 배기량 1천cc의 1천만원대 자동차 모닝과 5천cc 수억대 외제 자동차 람보르기니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재학생보다는 일년 내내 기숙학원에서 수능준비만 하는 재수생들이 훨씬 유리할 수 있기에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실제로 정시로 주요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비율을 보면, 서울대의 경우 37.4%, 고려대의 경우 30.6%이고 나머지는 재수생이다.

수능만 잘 보면 되니까 학교에서는 잠만 자고 학원에서 밤새 공부하고, 안되면 재수해서 대학가겠다는 학생들이 많아, 학교에서 인성교육도 어렵고 교과교육도 어려운 현실이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정시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정상적인 학교교육과정에 열심히 참여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주어지는 수시 전형이 더 공정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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