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주 청주오창호수도서관 사서

[충청매일]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은 늘 긴장되고 떨린다. 작가가 책이 출간된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많은 독자가 내가 기고한 서평을 읽는다니! 여간 떨리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책이 서평을 쓸 때 적절할지 수많은 고민 끝에 책 제목 하나가 떠올랐다. 루리 작가의 ‘긴긴밤’이란 책이다. ‘긴긴밤’은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은 책이다. 나는 그동안 문학상을 받은 도서를 즐겨보진 않았다. 어렵다고 느껴왔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 표지에 적힌 어린이문학상이라는 단어는 읽을 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고, 나는 그 책을 잡고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해 두 시간 만에 책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만큼 읽기 시작하면 한 번에 매료되는 책이다.

 이 책의 첫 장면은 코끼리 고아원에서 시작된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흰바위코뿔소’ 라는 문장이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해주었다. ‘코뿔소가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코뿔소의 상아를 얻기 위해 밀렵을 자행하는 밀렵꾼 때문일까?’ 여러 추측을 해 볼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본문 중에 “너는 펭귄이잖아. 펭귄은 바다를 찾아가야 돼.”

“그럼 나 코뿔소로 살게요. 내 부리를 봐요. 꼭 코뿔같이 생겼잖아요.”

“너는 이미 훌륭한 코뿔소야. 그러니 이제 훌륭한 펭귄이 되는 일만 남았네.” 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앞서 코끼리 고아원을 떠나올 때 세상으로 나가길 무서워하는 노든을 위해 코끼리가 해준 말을 어른이 된 노든이 세상 밖을 나서길 두려워하는 아기 펭귄을 위해 인용하여 해준 말이다. 이 말을 통해 아기 펭귄은 노든의 곁을 떠나 바다를 찾아 여정을 떠나게 되고 마침내 바다에 도착을 하고 노든을 그리워하며 끝이 난다.

이 책은 알에서 태어난 펭귄의 눈으로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하듯이 전개되고 있다. 노든의 인생 이야기와 바람보다 빠르게 달리고 싶어하던 또 다른 코뿔소 앙가부, 그리고 알이였던 나를 보듬어준 윔보와 치쿠이야기를 노든이 아기 펭귄에게 해준 얘기를 독자에게 전달하듯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흡사하다고 느꼈다. 종을 뛰어넘는 헌신과 사랑, 그리고 인생에서의 시련을 견디고 살아나가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았다. 안전한 울타리를 넘어서 세상에 나가는 용기와 우리가 가진 인생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하는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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