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0대 대선이 석 달도 남지 않았다. 여당과 제1야당 후보자가 가려진 지 한 달 보름이 지났는데도, 두 사람은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좋은 싸움 방법은 토론인데, 윤석열 후보가 애써 피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번 대선 선거기간은 후보자등록 마감 다음 날인 내년 2월 15일부터 선거일까지 23일인데,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선거기간 중 선거일 전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예외가 있고, 특히 얼마 전 선거법 개정으로 전화를 이용하거나 말로 하는 선거운동은 선거기간 전이라도 언제든 가능하다. 사실상 후보자는 여러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고, 토론은 자신이 더 낫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그런데 윤 후보는 선거법에서 정한 토론만 하겠다고 한다.

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 중 3회 이상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 기준에 따르면,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후보 4명이 토론회 초청 대상이다. 결국, 윤 후보가 지금처럼 법정토론만 하겠다고 하면, 실질적 경쟁자인 이재명과 윤석열의 일대일 토론은 볼 수 없다. 정말로 재미없는 싸움이다.

윤석열은 일대일 토론을 피하는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말 바꾸기를 들고 있다. 이 후보가 정말로 말을 바꾸는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이 맞짱토론을 거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 후보의 말 바꾸기가 문제라면, 토론 과정에서 그것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어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 아닌가? 윤 후보가 전혀 설득력 없는 변명으로 토론을 피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사람들은 그의 이런 태도가 자신의 무능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지금 윤석열처럼 문재인 후보와의 일대일 토론을 피하고 법정토론만 간신히 마쳤다. 토론을 피한 ‘덕분’에 그는 대통령이 되었지만, 비선세력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파국을 맞았다.

윤석열은 11월 23일 ‘글로벌리더스포럼 2021’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위해 연단에 섰다가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자 80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돌렸다. 12월 8일 청년문화예술인과 간담회에서 일부 질문에 스스로 답변하지 못하고 마이크를 이준석 대표에게 넘겼다. 12월 11일 ‘윤석열 대선후보 초청 강원도 18개 시·군 번영회장 간담회’에 참석하여 사진만 찍고 자리를 떠, 참석자 일부가 거세게 항의했다. 그것 말고도 윤석열은 각종 단체에서 요청하는 토론을 대부분 거부하고 있다.

이러니 사람들은 윤석열이 당선되더라도 정상적으로 대통령 직무를 해낼 수 있을지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윤 후보는 물론 그 배우자도 국민 앞에 떳떳하게 서지 못하면서, 그들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윤 후보가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도 토론을 거부하고 ‘침대축구’를 하는 이유는 ‘기울어진 언론’을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은 기울어졌지만, 시민들 대다수는 반듯한 눈을 갖고 있다. 지금 시민의식은 그런 언론마저 조롱할 정도로 성숙해졌다. 수모가 국민 몫이 되지 않도록, 윤 후보는 당당하게 일대일 토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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