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형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의 감소는 지방에서 더욱 심각하다. 그중에서도 전국토의 43.6%를 차지하는 산촌지역의 상황은 더욱 그렇다.

산촌지역은 향후 30년 이내에 현재 인구의 80∼95%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산림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산촌지역의 임가 수는 지난 10년간 17%인 1만6천호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임가의 소득이 농가 대비 82% 수준에 그치고 있어, 산촌지역 이탈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

정부도 휴양치유 숲체험, 트래킹 등 관광자원을 연계한 산촌 활성화 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예산지원 등의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목을 받는 것이 산림신품종이다.

산림신품종 재배단지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건강기능식품 등의 생명산업 소재자원을 국내 산림자원을 이용해 개량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증식·생산·공급하는 체계를 갖추는데 산촌을 활용하는 접근 방식이다. 현재 2개소(평창·하동)가 본격 운영되고 있으며, 4개소가 설계 및 조성과정에 있다.

산림신품종 재배단지 사업은 기존의 보조금 지급방식과는 달리,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구성·운영하며 정부는 재배단지의 시설물을 조성하고, 이를 사용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재배, 생산, 가공, 판매 등의 모든 과정은 주민들 주도로 진행된다. 1990년대부터 유럽 등지에서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전략으로 협동조합 등 구성원간의 협력과 자조를 바탕으로 재화나 용역의 생산, 이용 및 판매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사회적경제기본법’제정 이후에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산림신품종 재배단지는 사회적 경제 방식을 적용한 산림사업이다.

현재 운영 중인 하동 재배단지는 산초나무를 소재로 하여 50여명의 조합원이 수확시기 조절이 가능한 산초나무 신품종을 재배하고 산초기름, 산초비누, 산초차(열매껍질) 등을 제품으로 개발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평생을 야생산초나무 수집과 품종개량에 힘쓴 임업인이 주도하고, 지역주민들이 호응해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산림신품종 재배단지의 조합원 대부분이 신품종 재배경험과 기술이 없고, 초기 작목선정에 어려움이 있어, 우리 센터와 지자체 농업기술원의 전문가들이 많은 조언과 함께 종자, 묘목 등을 제공해 주었고, 앞으로의 판로개척이나 산업화를 위해 다양한 지역의 민간부분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그동안의 행정경험과는 사뭇 다르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적극행정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정책수단으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다.

이탈리아 중부의 에밀리아 로마냐주는 과거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혔다. 현재 이 지역은 유럽연합내 소득기준 상위 5위내 속할 정도로 경제상황이 좋아졌는데, 그 원동력 중 하나로 사회적 협동조합을 꼽는다. 주도인 볼로냐의 50대 기업 중 15개 정도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와인 생산이나 건축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성공사례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그 중심에 산림 신품종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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