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제주도 지하수를 대상으로 30년간의 분쟁을 소개한 KBS의 기사가 훅 눈에 들어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물과 관련된 분쟁이 점차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지만, 일반인들이 공감 또는 체감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는 이미 30년 이상 지역주민과 지하수 개발업자 사이의 법적인 갈등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번 KBS 기사에서 그 분쟁의 역사를 상세히 다뤄주었다.

제주도는 워낙 먹는 물이 귀한 곳이라 예로부터 물과 관련된 문화나 이야기가 많다. 제주를 대표하는 돌하르방 못지않게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물허벅을 멘 여인상이다.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제주도는 대부분 화산암의 일종인 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로 인해 계곡이나 하천에 물이 고여서 흐리지 못하고 지하로 스며든다.

지하로 스며든 물은 바닷가 근처에서 땅 위로 솟아나는데, 이를 용천수라고 한다. 그래서 산간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물을 기르러 멀리 바닷가까지 물허벅을 메고 가야만 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조사에서 지하수 부존량이 많다는 것이 확인되자, 생활 및 농업의 목적으로 지하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상수도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지하수 개발이 더 많아졌고, 제주도의 지하수를 상품화하려는 사업자가 등장하게 되었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 상품화된 먹는샘물이 공급되면서 유명해졌고, 이후 관광호텔과 골프장 등에서 지하수를 마구 사용하는 등 지하수 난개발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결국 1996년 제주특별법을 개정하여 지하수를 보존자원으로 고시하고, 민간사업자가 먹는샘물을 제주도 외의 반출을 규제하면서 법적인 분쟁이 시작되었다. 제동흥산과 대한항공을 거쳐 지금은 한국공항에서 지하수 먹는샘물 개발권을 가지고 있다. 2년마다 지하수 개발 허가권을 연장해왔으며, 첫 허가 시점(1984년)을 기준으로 3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법적인 물 분쟁의 근본적이며, KBS 기사에서 일관되게 던지는 질문은 기사의 제목처럼 ‘제주도 지하수의 주인은 누구인가?’이다. 개발업자의 것인가? 지역주민의 것인가? 아니면 그 누구의 것도 아닌가?

이 질문은 물, 공기, 땅, 나무 등 자연 자원을 이용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늘 던져진다. 전문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모두의 것’, 또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라고 답한다. 필자도 그러하다. 그런데 내 소유의 토지에 있는 흙과 나무와 물에 대해서는 답변이 망설여진다. 아, 그건 ‘나의 것’ 같은데 라면서 갈등한다. 역시 필자도 그러하다. 그런데 ‘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 간과하는 것이 있다. 자연 자원이 ‘나의 것’이라면 그것을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나 부산물도 소유주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자는 사용할 때는 소유를 주장하지만, 버릴 때는 모른 체한다. 제주 샘물을 담았던 플라스틱, 산업단지에서 배출하는 폐수, 소각장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등이 그러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미호강프로젝트에서도 이 근본적인 질문은 깊게 그리고 쉼 없이 논의되어야 한다. 소유는 책임을 동반해야 하며, 소유자는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 미호강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면, 프로젝트에는 우리 모두가 참여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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