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에 휩싸인 청주 아파트시장…무엇이 문제인가
②수백 대 일 청약 경쟁에 무주택 실수요자 ‘비명’

청약 과열 양상에 경쟁률 수백 대 일
애타는 무주택 주민…“당첨은 기대도 안해”

[충청매일 진재석 기자] 올해 충북 청주로 직장을 옮긴 이모(33)씨는 집만 생각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간 충주서 직장생활을 해온 이 씨는 지난해 이직을 결정하면서 곧바로 이사할 집을 알아봤지만 1억원 수준의 예산을 갖곤 청주에서 전세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청약은 날 때마다 넣지만 높은 경쟁률에 번번이 떨어졌다.

아직까지 집을 구하지 못한 이씨는 갓돌이 지난 아이와 배우자를 충주에 둔 채, 청주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나올 신규 분양 주택을 계속 알아보고 있긴 한데, 청약 경쟁이 워낙 심해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충북 청주 지역 민간 임대아파트와 생활형 숙박시설 등에 비정상적인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매 제한이 없는 전국 단위 물량에 실거주가 아닌 ‘투기’를 목적으로 청약하는 이들이 쏠리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만 된서리를 맞고 있다.

21일 지역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청주지역에서 분양한 민간 임대아파트와 생활형 숙박시설 등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온라인 청약 접수를 진행한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2차는 1천673세대 모집에 18만여명이 신청해 최종 경쟁률 107대 1을 기록했다.

앞서 6월엔 민간 임대아파트인 오송2차 대광로제비앙 그랜드센텀에도 1천615세대 임차인 모집에 18만여명이 몰려 114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가경동에 들어설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생활형 숙박시설)의 경우에는 무려 862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통장과 당첨이력 등의 자격 제한이 없고, 전매 제한 역시 없는 점을 감안해도 이 같은 경쟁률은 다소 비정상적이라고 지역 부동산업계는 입을 모은다.

비정상적인 청약률이 나타난 배경엔 실거주가 아닌 프리미엄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전국서 모였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한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강도 규제로 수도권 부동산 투자수요가 지방으로 분산되고, 청주 쪽 부동산은 저평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다른 지역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자 대부분이 시세 차익을 노린 외부 ‘투기세력’”이라고 분석했다.

틈새시장을 노린 외부 투기세력이 청주지역 민간 임대아파트 등의 청약 경쟁률을 높이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올해 청주시가 주택정책 기본계획을 위해 한국도시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맡긴 조사에서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지난달 중간 보고회을 열고, 1차 청주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당시 청주지역 주택보급률은 114.5%로 나타났지만, 3명 중 1명은 무주택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점유형태로 나눠보면 자가가 63.8%, 월세·공공임대 19.1%, 전세 13.8%, 무상 3.4% 순이다.

표본조사는 청주지역 2천가구, 모집단 4만8천340 가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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