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청매일]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말의 문법 용어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가겠습니다. 먼저 9품사의 이름은 앞서 나왔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명사 : 이름씨대명사 : 대이름씨수사 : 셈씨동사 : 움직씨형용사 : 그림씨부사 : 어찌씨조사 : 토씨관형사 : 매김씨감탄사 : 느낌씨

한눈에 알 수 있지 않나요? 이렇게 쉬운 말을 두고, 어려운 남의 말 한자로 된 용어라니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에게 문법을 가르치는데, 고3이나 되는 것들이, 이 품사 용어를 엄청나게 어려워합니다. 예컨대 ‘관형사’란, 마치 머리에 쓰는 갓처럼 다른 말의 앞에서 꾸며주는 말이라고 해도, 아이들은 굉장히 어려워 합니다. 뭔가를 꾸민다는 개념이 머릿속에 정리되어도, 그것에 ‘관형’이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것이, 한문을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한자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이게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나, 한자가 제2외국어인 요즘의 아이들에게는, 영어나 프랑스어보다 더 어려운 말입니다.

처음부터 우리말로 된 것을, 한자말로 바꾼 한심한 국어학자들야말로, 요즘 학생들이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꼰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꼰대들이 우리말의 앞날을 망쳐버렸다는 것을, 제2외국어 용어로 문법을 배우는,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을 통해서, 확인 또 확인합니다. 이런 절망감으로, 30년 교직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데도, 이 망할 놈들의 국어학자들에 대한분노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결국 이 허접한 글을 쓰는 까닭은, 그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까닭일 듯합니다.

다음은 문장성분과 관련있는 문법용어입니다.

주어 : 임자말서술어 : 풀이말목적어 : 부림말보어 : 기움말수식어 : 꾸밈말, 꾸밈씨관형어 : 매김말부사어 : 어찌말접속어 : 잇씨, 이음씨체언 : 몸말, 임자씨용언 : 풀이씨관계사 : 걸림씨접사 : 씨가지어간 : 줄기어미 : 씨끝

한 낱말 한 낱말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면, 이런 것들도 있습니다.

종결어미 : 맺씨, 맺음씨의태어 : 꼴흉내말

의성어 : 소리흉내말합성어 : 겹씨파생어 : 번진말복합어 : 거듭씨복음 : 겹소리자음 : 닿소리복자음 : 거듭닿소리모음 : 홀소리이중 모음 : 거듭홀소리마찰음 : 갈이소리보조사 : 도움토씨시제 : 때매김서술형 : 베풂꼴

굳이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뜻이 연상되는 말들입니다. 이런 걸 두고, 모조리 한자로 바꿨으니, 절로 탄식만 나올 뿐입니다. 의태어, 의성어, 파생어, 마찰음, 파찰음, 경구개 같은 제2외국어가, 요즘의 학생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아마도 이 용어를 쓰자고 결정한 꼰대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생각 못 했다고 해서,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순우리말로 되었던 것을, 모조리 한자로 바꾼 사람들에게, 그런 용서는 너무나 큰 혜택입니다. 두고두고 욕을 먹어도 쌉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사람들의 죄를 논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저만 지금 괜히 흥분해서 이러고 있지요. 하하하. 세상더러 미쳤다고 할 수는 없으니, 제가 미친 거겠지요? 통일이 된 이후에도 끝까지 저 혼자 미친놈으로 남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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